350년 세월이 빚은 깊은 맛
350년 세월이 빚은 깊은 맛
  • 김인호 기자
  • 승인 2006.10.17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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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보성선씨 종가 국내 最古 덧간장
   
▲ 충북 보은군 외속리면 하개리 보성선씨 종가에서 350년을 이어온 전통기법으로 만든 덧간장 1병(1ℓ)이 최근 국내 한 대기업 회장에게 500만원에 팔려 화제다.
'간장 한 병 값이 500만원'이라면 일반인들의 반응이 어떨까.

보은군 외속리면 하개리 보성선씨 종가에서 350년을 이어온 전통기법으로 만든 덧간장 1병(1ℓ)이 최근 500만원에 팔려 화제다.

덧간장은 햇간장을 만들때 넣은 묵은 간장. 조선시대 명문가에서나 담가 먹던 것으로 주로 차례와 제사상에 쓰인다.

보성선씨 영흥공파 21대 종부인 김정옥씨(54)는 "최근 모 대기업 회장댁에서 350년 된 우리집 덧간장 1ℓ를 500만원에 구입했다"고 말했다.

덧간장이 이처럼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엄선된 재료만을 사용하는데다 350년 전통기법을 고집해 극히 소량을 만드는 희귀성 때문이다.

무공해 콩으로 쑨 메주와 1년 이상 묵힌 천일염 간수를 섞어 햇간장을 만든 후, 아미노산과 핵산 등 발효균이 든 덧간장을 섞어 보관하는 방식의 이 간장은 해마다 20ℓ 정도만 생산될 만큼 제조에 엄청난 정성이 필요하다는 게 김씨의 설명.

이 덧간장은 현재 김씨가 살고 있는 '선병국(시아버지) 가옥' (99칸 한옥·중요민속자료 134호)의 안채앞 장독대에 특별 보관되어 있다.

볕이 잘드는 마당 한복판에 자리한 이 장독대에는 담을 치고 문까지 걸어놓아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덧간장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지난 4월 현대백화점 본점서 열린 '대한민국 명품 로하스 식품전'을 통해서다.

일반에 공개된 이 간장은 이후 서울 인사동 SK HUB아트센터의 한국골동식품예술전(9월20~10월10일)에 초청되는 등 유명세를 탔다.

이런 유명세를 타면서 최근에는 비싼 덧간장을 서슴지 않고 현금으로 구입하는 미식가들이 전국에서 몰려들고 있다고 김씨는 전했다.

김씨는 "덧간장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맛을 보기 위해 멀리서 찾아오는 음식 전문가나 미식가가 많지만 워낙 양이 적어 아무에게나 팔지 못하고 있다"며 "전통을 잇기 위해 몇년 전부터 딸에게 제조비법을 전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씨 종가의 덧간장은 조선시대 명문가의 고집스런 제조비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국내 최고(最古) 간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식품학적으로도 상당한 가치가 있는 간장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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