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 간지러운 천안시 시정평가
낯 간지러운 천안시 시정평가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3.07.02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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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 <천안·아산>

지자체나 기업이 내는 홍보자료는 응당 자랑거리를 늘어놓기 위한 것이다. 지자체는 시·군 행정이 목표한 대로 잘 이뤄져 시민들 생활이 좋아졌다는 걸 알리려 한다. 기업은 회사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켜 자사 생산품이나 서비스 가치를 높여 많은 이익을 남기려 한다.

가끔은 홍보 신뢰도를 높이려고 통계 수치나 설문 조사 결과를 들고 나온다. 그런데 통계 및 분석 방법이 어설프거나 조사가 본래의 조사 목적을 망각해 객관성을 떨어뜨릴 때가 있다.

천안시 기획예산과가 지난주와 이번 주 잇따라 내놓은 통계와 시민 조사에 기반을 둔 시정평가 자료가 그런 경우다. 지난달 25일 “시민과의 약속사업 95% 완료·정상추진”, 지난 1일 “천안시민 거주 만족도 꾸준히 증가” 제목의 자료가 발표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자는 ‘뻥튀기 통계’로 ‘정상추진’ 퍼센트를 높였고, 후자는 설문 조사 목적을 망각한 경우다.

앞의 것부터 살펴보자. 민선 5기 만료를 1년 앞둔 시점에서 2010년 이후 약속사업 78건에 대한 이행 여부를 점검했다. 기획예산과가 각 부서로부터 사업별 추진상황을 전달받아 ‘평가’했다. 완료, 추진 중, 추진 보류로 크게 나누고 다시 ‘추진 중’은 정상추진, 미진으로 구분했다. 정상추진은 임기 내, 임기 후로 또 나눴다.

그 결과 총 78건 중 완료된 사업은 20건, 임기(내년 6월)내 완료될 사업 24건, 임기 후 지속될 사업 30건, 실행이 중지된 보류사업 4건이었다. 시는 임기 후 지속사업 30건 중 10건은 ‘미진사업’으로 재분류했지만 보류사업 4건을 제외한곤 모두 '정상추진'으로 통계를 잡았다. 그러나 이들 미진사업은 사실상 지속 여부가 불투명할 것들이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복합테마파크는 대표적인 실패 사업이다. 공공시설, 문화복합시설, 아파트를 짓겠다는 이 사업을 민간개발업자들이 수년째 외면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 또 공모했으나 응모자는 제로였다. 계획만 세웠지 실행은 없는 ‘공염불 사업’이 됐다. 천안~청주공항 전철 직선화 사업도 이미 정부가 조치원을 통과하는 우회노선을 결정해 추진 중이다. 그런데도 천안시는 이 두 사업을 ‘추진율 10%’란 애매한 평가로 ‘추진 중’에 포함시켰다.

국도1호 남천안IC 구간(4.2) 확장사업도 보류된 상태다. 국도 1호선에 연결되는 아산방면 국도 개통으로 교통량 분산이 이뤄져 굳이 확장사업을 추진할지 미지수다. 천호저수지 경관을 경부고속도에서 볼 수 있게 방음벽을 없애거나 투명재질로 만들어 달라는 시 요구는 도로공사에서 거부된 지 오래인데도 ‘추진 중’에 올라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약속사업 총평에선 “국내외 경기 침체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대부분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제 뒤의 것을 보자. 천안시는 지난 5월 국민참여예산 편성에 참고하고자 시민 1922명에게 시 재정운영 설문을 했다. 시민들이 어떤 부분에 예산이 우선적으로 쓰여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알기 위해서다. 조사는 시 홈페이지를 통했지만 일부는 읍면동 사무소에서 직접 했다. 만만찮게 행정력이 투입됐다는 얘기다.

결과 발표 때 총 5개 문항 중 조사 성격상 필요성이 떨어지는 ‘거주만족도’가 맨 앞으로 튀어나왔다. 지난해보다 ‘만족’(55.7%)이 3.3%p 증가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재정을 늘려야 하는 분야, 줄여야 하는 분야’ 조사 결과는 뒤로 밀렸다. 돈 덜 써야 할 분야로 일반 행정이 2년째 1위로 올랐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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