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남아프리카공화국
<22>…남아프리카공화국
  •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 승인 2013.06.0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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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아프리카 여행기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남아프리카로 바뀐 길을 달리지만, 길은 그동안 달려온 길과 크게 다르지 않아 좌측통행의 끝없는 길을 트럭은 달린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남반구에 위치하여 우리나라와는 계절이 반대로 나타난다. 11월에서 2월까지 여름인 이 나라는, 연중 온화한 기후를 자랑하며 여행객들에게 아프리카의 유럽이라 불린다. 국토면적은 우리나라의 5.5배, 일조량은 세계에서 가장 길어 하루 평균 8.5시간으로 기록된다. 도심이 가까워 오자 사람들과 시설건축물의 차이는 그동안에 달려온 길과 다르다. 산뜻한 휴게소를 지나며 독특한 건축물을 내세워 감각적이고 발전적인 도시임을 자랑한다. 색감이 화려해진 의상과 표정이 밝고 세련된 사람들, 갑자기 많아진 백인들이 스쳐 지나길 얼마였을까 6시 30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 도착이다.

요하네스버그는 남아공에서 카이로 다음으로 두 번째 큰 도시다. 1885년 조지 헤리슨에 의해 금광이 발견된 이래, 전 세계에서 금을 찾아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골드러쉬가 시작되었다. 대규모 금광개발을 위해 계약노동자들이 쏟아져 들어와 불과 3년 만에 이 도시는 남부아프리카 최대의 번화한 도시가 되었다. 이후 금광은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지만, 금광 채굴회사의 본사가 이곳에 위치해 있으며, 금융의 수도가 되었다.

만델라스퀘어에 일행들이 들어서니 화려한 도시에 갑자기 난민들이 우르르 들이닥친 듯한 상황은 대충 입은 옷차림 때문이다. 더군다나 머리에 붕대를 둘둘 감은 정환군의 파리한 모습을 데리고 환전소엘 들어서니, 안내인의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경계심을 갖는다. 힐끔거리는 사람들 때문에 손수건으로 정환군 머리를 감싸는데, 환전이 어찌나 까다로운지 귀한 시간 다 지나버려서 환전한 돈을 쓸 시간도 없다. 거대한 만델라 동상이 서 있는 광장 양편으로 거대한 바오밥나무 조형물에 이어진 황홀한 조명들, 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들 함께 자잘한 소음들이 산뜻한 바람을 섞어 더없이 아름다운 밤이다.

저녁은 유명하다는 식당 (Butch ershop & Grill)에서 모처럼 우아하게 썰기를 한다. 일행 중에 나이어린 하늘이가 성인이 되는 날이라 촛불을 밝히고, 다함께 노래를 부르며 축하한다. 봄봄은 스프링덕 엉덩이스테이크, 나는 오징어스테이크, 모두가 와인을 곁들여 고기 썰기를 하면서 담소를 나눈다. 그러나 오래 머물려면 술을 팔아줘야 하는 레스토랑, 모처럼 우아한 분위기에 들떴지만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이유도 있으려니와 호텔이란 숙소가 다운타운을 벗어나야 하니 밤길을 좀 더 달려야 한다. 화려한 도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만델라 광장의 야경을 뒤로 두고 차는 달린다. 모처럼 쾌적한 호텔숙소를 상상하면서, 고단한 이번 여행에서 정답인 딱 한마디를 찾아본다. 어떤 때는 자전거가 타고 싶고, 어떤 때는 버스를, 어떤 때는 기차를, 어떤 때는 걷고 싶은, 어쩌면 나의 취향이나 분수에 맞는 여행이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쩜 앞으로 몸이 늙어가면서 더 편한 쪽으로 취향이나 분수의 잣대를 들이대게 될 것이다. 오늘은 다만 저녁 식사처럼 우아하게 편안한 잠자리에서 하룻밤 쉬고 싶다. 꿈꾸는 동안만 동경이 되어버린 것이 야생임을 알아버린, 나는 지금 아프리카의 이방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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