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국가정보원을 생각한다
다시 국가정보원을 생각한다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3.05.02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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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엊그제 기관의 심장부까지 압수수색당한 국가정보원의 비운(悲運·)은 사실 오래전에 예견됐다. 지난 1월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사건을 비판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신문 칼럼에 대해 국정원이 표씨를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할 당시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내린 결론은 “무언가 떳떳치 못한 것이 분명 있다”였다. 그만큼 국정원의 조바심이 물씬 묻어난 것이다.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다. 이는 국정원의 민간인사찰 의혹을 제기했다가 역시 국정원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광우병 보도로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형사고소된 MBC PD수첩에 대한 법원의 무죄판결로 더욱 확고해졌다. 이를 모를리 없는 국정원이 표창원 전 교수를 걸고 넘어졌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고 그 저의가 지금 서서히 베일을 벗으려 한다.

그런데 여전히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일련의 사태를 국정원에만 한정시켜 받아들이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국정원이 무장해제에 버금가는 수난을 당하는 현 상황을 목격하고도 그 실체나 싱징성에 대한 고민은커녕 표피적인 카타르시스만 느끼려 한다.

우리는 국정원의 책임을 묻기 전에 더 근본적인 문제에 천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명칭은 달리해 왔지만 우리나라 국정원은 역대 정권과 운명을 같이 해 왔다. 정권이 바뀌고 대통령이 교체되면 가장 먼저 외풍을 타는 곳이 국정원이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고 신임 남재준 국정원장이 취임한 이후 1급 이상 국정원 간부의 90%가 교체됐다고 한다. 현장의 노하우와 조직 및 구성원의 인적네트워크가 국가정보관리의 핵심 요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만저만 기현상이 아니다.

정보수집, 그것도 국가안위와 관련된 정보관리는 항구적이고 영속적이어야 경쟁력을 가진다. 이것이 바로 전혀 무(無)에서조차 예측가능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힘이 되고 또한 국가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가장 먼저 흔들린 건 국정원으로 대표되는 국가 정보기관이다.

정권의 입맛에 맞춰 5년마다 리모델링 되는 정보기관이라면, 글쎄다 새로운 맛은 있겠지만 정보기관으로서의 본질은 훼손될 수밖에 없고 바로 이것을 표창원 전 교수가 신문기고를 통해 고민한 사항이다. 그는 항구적이어야 할 국가정보기관을 국민들로부터 한시적으로 위임받은 정권이 유린하는데 따른 반역사성을 냉철하게 지적했을 뿐이다.

과거 안기부 시절부터 국정원은 자체내에 무슨 일만 터졌다 하면 하나의 의제로 한참동안 홍역을 치렀다. 이른바 국내정보와 해외정보를 나누는 직제 문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대선개입의 의혹이 점차 가시화되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차제에 국내파트를 축소내지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정권이나 권력과의 유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발상이겠지만 이 또한 정치적 논리에 불과하다.

어떠한 정보이든 이젠 영역이나 경계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국가 안보이건 혹은 산업스파이와 관련된 문제이건 지금은 국내 정보가 곧 해외정보가 되고 해외정보가 곧 국내정보가 된다. 현대의 정보는 융합이기 때문에도 그렇다. 그러기에 기존의 소모적인 논쟁은 국정원의 위상을 더 힘들게 할 뿐이다. 지금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에서 국정원이 한가지 교훈을 얻는다면 국가정보기관으로서의 ‘태생적 본질’에 충실하라는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이 시간에도, 국정원의 대다수 요원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나라를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음을 국민들은 잘 안다. 그들은 조직의 신념을 단 한번도 잊지 않기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임무에 충실한다. 결코 드러내거나 자랑하지 않고(No pride) 결코 변명하거나 설명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No explain) 또한 어떠한 경우도 불평하거나 비난하지 않으면서(No complain) 말이다.

바로 이것을 국정원이 다시 곧추세워 줄 것을 국민들은 믿어의심치 않는다. 그러면 정권이나 정치로부터의 때묻은 유혹도 국민의 힘으로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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