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53>
궁보무사 <153>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2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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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엎치락뒤치락
1. 엎치락뒤치락

'아, 아이고!'

얼떨결에 웅덩이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온 주성은 처음엔 뭐가 뭔지 정신이 온통 알딸딸하였다. 느닷없이 들어온 그를 보고 강치 일행 역시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주성은 자기가 도저히 와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와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기겁을 하며 허둥지둥 두 손으로 흙벽을 헤집어가며 위로 올라가려고 했다.

"이 자식! 어딜 가려고!"

강치 일행 중 체격이 제일 좋은 자가 그제야 정신이 퍼뜩 났는지 얼른 쫓아가서 안간힘을 다해 위로 막 올라가고 있는 주성의 바짓가랑이 끝을 확 끌어 잡아당겼다.

"아이쿠!"

거칠게 잡아채이는 바람에 주성이 입고 있던 바지가 훌러덩 벗겨지면서 그의 몸은 아래로 뚝 떨어지고 말았다.

"요 자식! 너 참 잘 들어왔다."

"배러먹을 자식!"

강치 일행은 한꺼번에 달려와 주성을 완전히 에워싸 버렸다.

"아! 아구구구!"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곧 벌어지리라 짐작을 하는지 주성은 얼굴이 완전 사색으로 되어진 채 온몸을 바들바들 떨어댔다. 지금 자기 아랫도리가 완전히 벗겨져서 부끄러운 부분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는 것쯤은 아예 신경조차 쓰지도 않는 것 같았다.

"뭐 네 놈은 피도 눈물도 없어 정말 그런지 한번 알아보자!"

강치 일행 중 어느 누가 비쩍 마른 주성의 얼굴 위에 잽싸게 주먹 한 대를 날렸다.

찌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주성의 코에서 쌍코피가 터져 나왔다.

"아이고, 아이고. 엉엉엉!"

주성은 얻어맞은 얼굴 부위를 두 손으로 감싸 쥐며 어린애처럼 울어댔다.

"이 자식 봐! 피도 눈물도 없다면서 피 눈물은 물론 콧물까지도 줄줄 잘도 나오네"

옆에 있던 또 다른 일행이 이번엔 주성의 왼쪽 옆구리를 발길로 걷어차 버렸다.

"으아악!"

주성은 그대로 쓰러져 땅바닥 위에 공처럼 두어 번 굴렀다.

"요놈아! 우리는 어차피 죽을 몸이야. 잘 됐다. 심심한테 우리랑 저승길을 함께 가자."

강치가 다가가 쓰러진 주성의 낯짝을 발바닥으로 지져 밟아주며 이렇게 외쳤다.

"으악! 아고고고. 아이고고. 엉엉!"

주성은 몸부림치듯 크게 울부짖었다. 그제야 쫓아와서 웅덩이 안을 들여다 본 주성의 부하들은 처음엔 아연실색을 했지만 곧바로 창과 활을 들이대며 큰소리로 외쳤다.

"어서 주성님을 위로 올려 보내라. 안 그러면 너희들에게 창을 던지고 활을 쏘겠다."

그러자 강치는 쓰러진 주성의 멱살을 거머잡아 가지고 절반쯤 일으켜 세운 뒤 호기 있는 목소리로 위를 향해 소리쳤다.

"우린 어차피 죽을 몸이다. 너희들이 활을 쏘고 창을 던진다면 이자의 숨통이 우리보다 조금 먼저 끊어질 줄로 알아라."

주성도 위를 쳐다보며 몹시 다급한 목소리로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쏘지 마라! 내, 내가 위험하다. 활과 창을 저 멀리 옮기고 물러들 서라! 명령이다."

상관인 주성이 이렇게 명령하자 그의 부하들은 하는 수 없다는 듯 활과 창을 다시 내리고 뒤로 두어 발짝 뒤로 물러섰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저를 저 위로 올려 보내주시기만 한다면 제가 기필코 여러분들을 안전하게 성 밖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약속합니다. 정말입니다. 맹세합니다."

두 무릎을 꿇고 앉은 주성이 두 손 모아 싹싹 빌면서 강치와 그 일행에게 통사정을 했다.

"야! 네깐 놈 말을 우리가 어떻게 믿어!"

강치 일행 중 하나가 금방이라도 내려칠 기세로 주성을 매섭게 째려보면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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