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숙자기자의 이야기 있는 숲길
연숙자기자의 이야기 있는 숲길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6.08.17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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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그립습니다

여름 늦더위가 짱짱합니다.

수그러들 줄 모르는 기세에

실바람조차 한 점 없습니다.

아스팔트를 타고 오르는

끈끈한 열기

턱, 턱, 목까지 차오르고

몇 걸음에 지쳐 그늘을 찾게 하는,

여름의 막바지 길목은

태양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도심의 한 뼘 그늘이

얼마나 그리운 공간인지는

거리를 걷다 보면 알게 됩니다.

짧은 신호등을 기다리면서도

가로수 그늘을 찾아 몸을 맡기는

본능적 행동.

타버릴 듯 올라가는 수은주에

스스로 가치를 드러내는 나무들

비로소 눈에 들어옵니다.



더위를 가중시키는 것은

비단 태양만이 아닙니다.

말매미도 한 몫 합니다.

떼로 몰려 울어재끼는 이들은

밤낮이 따로 없습니다.

하지만 숲을 잃은, 삶터를 잃은

저들의 목소리를 생각하면

울음소리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제때 짝을 찾지 못하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종족들의 소리를

사람들은 시끄럽다고 난립니다.



사람도, 매미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누군가도 숲이 그립습니다.

쉬어 갈 숲,

의지할 숲,

그냥 그대로의 숲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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