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전 청주 '양반가 손맛' 고스란히
100년전 청주 '양반가 손맛' 고스란히
  • 엄경철 기자
  • 승인 2013.02.04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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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반찬등속’ 학술용역 최종보고회
44가지 조리법 기록… 전통음식 재현

100년 전 청주지역의 전통 음식이 재현됐다.

충북대 산학협력단(생활과학연구소)이 지난해 4월부터 8400만원을 들여 학술용역을 수행, 1913년 청주시 상신동에서 쓴 것으로 알려진 한글조리서 ‘반찬등속’ 해석과 조리법고증, 조리법 기록 등을 통해 재현한 청주지역 전통음식을 4일 청주시청 회의실과 구내식당에서 공개했다.

학술용역 결과 작자 미상이었던 반찬등속은 19세기 말 진주 강씨 집안의 며느리인 밀양 손씨가 제작하고, 1913년 손자가 재정리한 것으로 추정됐다.

‘반찬등속’에서는 46가지의 음식이 등장해 당시 청주지역의 식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종류별로는 김치류 8가지(무김치, 깍독이, 오이김치, 고추김치1, 외이김치, 갓데기, 고추김치2, 짠지, 배추짠지), 짠지류 8가지(무짠지, 고춧잎짠지, 마늘짠지, 파짠지, 박짠지, 콩짠지, 북어짠지, 전복짠지), 반찬류 7가지(북어무침, 북어대강이, 가물치회, 오리고기, 육회, 전골지짐, 참죽나무순과 토란줄거리), 떡류와 만두 9가지( 약밥, 화병, 염주떡, 증편, 백편, 꿀떡, 송편, 곶감떡, 만두), 과자류 6가지( 산자, 과줄, 증과, 중박기, 주왁, 박고지), 음료 2가지(수정과, 식혜), 술 3가지(과주, 연잎주, 약주), 기타 2가지(흰떡 오래두고 먹는 법, 고추장 맛나게 먹는법)이다.

이 책은 46가지 중 흰떡을 오래 두고 먹는 법과 고추장 맛있게 먹는 법을 제외하면 44가지의 음식 만드는 법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김치와 짠지류를 잘 기록하고 있어 저장음식에 관심이 많았음을 알 수 있었다.

떡과 과자, 육회, 가물치회 등 손님접대용 음식을 기록하고 있고, 중박계, 산자, 과줄, 주악 등 궁중음식에 나타나는 과자류들이 기록돼 있는 것으로 볼 때 상류층 반가의 음식임을 알 수 있었다.

김치 9가지, 짠지 8가지의 기록이 있어 저장음식에 대한 기록적 가치가 높다.

짠지는 간장 절임으로 소금으로 하는 김치와 간장으로 하는 짠지와의 구분이 확연함을 엿볼 수 있었다.

짠지라고 한 것 중 2가지는 간장을 사용하지 않았고 만드는 법으로 볼 때 김치로 분류된다.

김치를 짠지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은 지금까지 충청도 지역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짠지의 주재료는 무, 고추, 콩, 전복, 북어 등 채소와 해산물을 두루 사용했다.

마늘짠지에 홍합, 파짠지에 문어, 고춧잎짠지에 쇠고기(황육)을 사용해 채소와 단백질 식품을 조화롭게 사용했다.

떡과 약밥을 만들 때 대추와 곶감을 많이 사용했다.

약밥에 대추고를 만들어 감미료로 사용한 것은 특이하다.

송편은 거피팝고물에 대추와 곶감을 넣어 소를 만들었다.

송편 빚는 법에 세 손가락 자리가 완연하게 나타나도록 하라는 기록이 있어 이는 청주지역 고유의 송편 모양의 원형을 찾을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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