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워스트·베스트' 정책 평가
쉽지 않은 '워스트·베스트' 정책 평가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2.05.0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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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지난 주말 천안시 입장에선 다소 충격적인 조사 발표가 있었다. 시가 의욕적으로 펴는 사업들에 대해 일부 시민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판정을 내렸다. 시로선 맥 빠지는 일이었다.

시민단체에서 시민 200여 명을 대상으로 토론을 통해 조사한 결과 시 승격 50주년 기념사업, 천안국제웰빙식품엑스포, 제5사업단지, 국제민속춤대회, 복합테마파크 등이'안 해도 좋은 사업'으로 꼽혔다는 것이다.

천안시가 내년 시(市) 승격 50주년을 맞아 의욕적으로 펼치려는 기념사업과 웰빙엑스포에 대해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시민단체는"10대 여고생부터 80대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시민들을 다양한 지역에서 뽑아 조사했다"고 밝히고 "대규모ㆍ전시성 사업에 대해 시민들 공감대가 낮아 앞으로 정책결정 과정에서 의견 수렴이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란 논평을 곁들였다.

물론 이미 물건너간'천안~청주공항 전철 직선노선'유치 홍보판은 걷어치우고, 시민 공감 없는 국제안전도시 재공인 추진도 목매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시민들이 하지 않으면 하는 사업 중 일부는 천안시의 미래와 관련된 주요 시책으로 그 주장에 전적으로 찬성할 수 없다.

추가 산업단지 조성은 향후 원활한 기업 유치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교통 좋은 천안으로 오겠다는 기업에게 땅이 없다며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할 순 없다.

흥타령춤축제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이 거리퍼레이드와 국제민속춤대회다. 국제민속춤대회 참가국은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는 멀리 남아메리카 및 유럽 등에서 21개국 팀이 참가했다. 올해는 25개국 참가가 예상된다. 거리퍼레이드가 큰 명성을 얻은 건 이들 외국팀 참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왜 시민들은 국제민속춤 대회를 불필요한 사업으로 생각할까. 혹 천안시 경비 부담이 많다고 생각한 걸까. 이들 외국 댄스팀들은 비행기값을 스스로 내서 참가한다. 1인 100만원 이상씩 들여 20~30명이 함께 온다. 한 팀이 비행기값만 수천만원 들여서 천안흥타령춤축제에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1등 시상금은 1만달러다. 먼 나라인 경우 비행기값도 안 된다. 흥타령축제는 최우수축제로 연속 선정되고 있다. 흥타령춤축제가 전국 혹은 세계가 인정하는 축제가 돼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인다면 그 경제적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이렇게'워스트(Worst)'를 뽑은 시민들은 자신들이 원하는'베스트'사업을 제안했다. 고교평준화, 자전거 도로 및 도보도로 확충, 대중교통 체계 정비, 쓰레기 분리수거함 주택가 배치, 친환경 농업 활성화 등이었다. 자전거도로 늘리고, 버스 타기 편하게 하고, 친환경 농업을 육성해 먹거리를 보호해 달라는 것이다. 대부분 시민 생활과 직결되는, 피부에 와 닿는 사업들이다.

시민들은 워스트·베스트 평가지표로 효율성(1순위), 혜택범위(2순위), 효과성(3순위)을 삼았다고 한다. 적은 노력(돈)으로 많은 시민이 당장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사업이란 얘기다. 그렇지만 시는 이런 주민서비스 시책만 펴고 있을 순 없다.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기업과 사람이 모여들어 돈이 돌고 일자리가 생겨나게 해야 한다.

복합테마파크사업으론 안 된다면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다른 대책은 없을까. 웰빙엑스포를 열어 농식품산업의 메카를 만들려는 시 노력이 허황스럽다면 천안의 차세대 신사업으로 뭐가 있을까. 천안시민이라면 이런 고민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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