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에 관한 단상(斷想)
비상구에 관한 단상(斷想)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8.3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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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박월성 <괴산군 기술지원과장>

인터넷에서 비상구(非常口)를 검색해 보면 참 다양한 답이 나온다. 소방관련기구로서의 '비상구'가 주로 많이 차지하고 있지만 상호로 비상구를 사용하는 곳도 많고, 노래나 영화 등에서도 비상구가 많이 등장하며, 신문기사 헤드라인에도 '무엇무엇의 비상구는 있는가' 등 은유적으로 표현한 글들도 많이 검색됨을 알 수 있다.

본래의 뜻보다 이렇게 널리 사용되는 비상구가 현실에서는 크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비상구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어둠침침하고 곰팡이 냄새가 나는 뒷골목 같은 느낌 때문이기도 하다.

또 다른 기피 이유는 아마도 영업을 하시거나 건물을 짓는 사람들에게는 당장은 경제적인 손해 때문이 아닐까. 썩 만들고 싶지 않지만 법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들어 놓고 나면, 그때부터는 외부인의 불법적인 출입 때문에 늘 고민이 되기도 한다. 열어 놓자니 범죄를 부를까 걱정되고, 폐쇄하면 당장 소방법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비상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주 귀찮은 존재로 여겨지기 일쑤다.

위키 백과사전의 비상구 정의를 보면 "급히 위험할 때 이를 피하기 위해 있는 문으로 화재가 일어나거나 다른 이외의 사고가 일어나면 들어가는 출입구라고 할 수 있는 곳으로 일반적으로 개인활동에는 쓰이지 않으며, 공공장소에는 꼭 하나는 겸비해 두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제 비상구에 관한 관념을 바꿀 때가 되었다. 백과사전의 정의처럼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있는 비상구가 더 이상 천덕꾸러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생명을 지키는 비상구는 존중받아야 하며 소방관서나 법규에 의해서 그 존재 이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중시설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감시하고 지키는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소방공무원들은 지하 또는 기타의 건물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살피는 것이 비상시 탈출할 수 있는 곳을 무의식적으로 살피는 직업적인 습관이 있다.

이런 습관은 꼭 소방공무원만이 필요한 게 아니다. 일반국민들도 공공시설을 이용할 경우 비상구의 위치는 꼭 알아두어야 한다. 유사시 발생할 수 있는 화재나 기타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스스로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건물을 관리하거나 영업을 하시는 분들도 자신의 건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상황에서 이용자들이 쉽고 재빨리 대피할 수 있고, 깨끗하고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에 화재 등 위험상황이 발생했다면 이용자들이 무사히 대피해야 자신의 사업도 온전히 유지될 수 있다는 역발상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이제 비상구는 더 이상 곰팡이 냄새가 나고 쓰레기 봉투가 쌓이는 곳이 아니라 밝고 깨끗하게 관리되는 생명로가 되어야 한다.

이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갖고 노력할 때 안전문화의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지 않을까. 이 글을 읽는 여러분 모두는 오늘 한 번 나의 비상구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갖기를 간절히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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