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故鄕)
고향(故鄕)
  • 문종극 기자
  • 승인 2009.10.0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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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수구초심(首丘初心).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바르게 하고 죽는다는 말이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비유한 것이다.

'귀소본능'(homing instinct)이라는 말도 있다. 동물이 자신의 서식장소나 산란, 육아를 하던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가 다시 그곳으로 되돌아 오는 성질을 말하는 것이다. 귀소성·회귀성이라고도 한다. 남대천을 떠난 연어가 멀리 북태평양 베링 해(Berin

g Sea)로 갔다가 알을 낳으러 다시 돌아오는 것도 이것이다.

태어난 고향의 소중함을 말하는 것이다. 의지할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사고무친(四顧無親)도 고향을 그리워한다. 천수를 다해 죽어서도 고향을 찾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이다. 수구초심이고 귀소본능이다.

고향은 충전기다. 지치고 힘든 사람들은 물론이고 힘든 줄 모르게 사는 사람들도 모처럼 찾은 고향은 마음에 평안을 준다. 다시 힘을 얻게 된다. 재충전이 된다. 그래서 고향은 엄마의 품과 같다고 한다.

고향 그리고 어머니라는 말만 떠올려도 언제나 마음은 정겹고 푸근해 진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고향과 어머니를 더욱 정겹게 느끼는 것 같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면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가는 길이 멀고 힘들어도 너나할 것 없이 찾아가는 것을 보면 그렇다.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될 지경인데도 큰 불평하지 않고 나선다. 고향으로 고향으로 그렇게 줄을 선다.

타지에서 외롭거나 몸이 아프면 더욱 고향이 그리운 것은 인지상정이다. 엄마가 떠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고향과 엄마의 느낌은 같다.

고향은 늘 그 자리에 있다. 변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 준다. 고단한 삶을 잠시 내려놓고 쉴 수 있는 곳도 그곳이다.

'타향살이 몇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고향 떠난 십여년에 청춘만 늙어~'로 시작하는 고복수씨가 부른 흘러간 옛노래가 있다. 타향에서 이 노래를 부르거나 듣고 있으면 고향 생각이 절절하다. 권력과 부와 명예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고향은 기별없이 찾아가도 반갑게 맞아준다. 그리고 기꺼이 회포를 풀 수 있는 충분한 시간도 허락한다. 고향 자체가 그렇고 그곳에 남아있는 일가친척도, 친구도 그렇다.

2년여 만에 재개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지난 1일 금강산에서 마무리됐다. 북측 방문가족 98명이 남측 가족 429명을 만났다. 60년 동안 그리워하며 지냈던 시간에 비해 3일의 시간은 너무 짧았다. 이들은 가고싶어도 가지 못하는 실향민들이다. 또다시 헤어진 가족과 두고온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아야 한다. 사무치도록 그리워해야 될 가족과 고향을 가슴에 묻고 애달픈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들에게 고향은 사무침일 게다. 하루빨리 이들도 마음놓고 고향을 찾을 수 있는 날이 와야 한다.

가고싶을 때 찾을 수 있는 고향을 가진이들은 이들에 비해 얼마나 행복한가.

이번 추석에도 민족대이동이 있었다. 고속도로, 철도, 항공 등을 이용해 고향을 찾는 대열이다. 줄잡아 2500만여명이 고향을 향해 장단거리를 이동했다. 명절 연휴기간 민족의 대이동은 이제 그 자체가 귀성문화가 됐다. 민족의 절반이 고향을 찾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이 문화가 된 것이다.

고향을 향할 때는 어머니의 품과 같은 푸근함과 정겨움에 가슴이 부푼다. 또 떠나올 때는 지친 마음을 재충전해 다시 찾을 그날을 고대하며 제자리를 향한다. 생활이 넉넉한 사람이든 아니든 고향에 푸짐한 선물꾸러미를 풀어놓는다. 돌아오는 길에는 어머니가 준비해 준 꾸러미가 바리바리다. 하나의 문화임에 틀림 없다.

추석명절 고향찾기가 끝이 났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자. 다시찾을 고향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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