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대금 1800만원
낙서대금 1800만원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5.2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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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겸의 안심세상 웰빙치안
김중겸<전충남지방경찰청장>
김중겸 <경찰 이론과실무학회장 ·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런던 지하철역 벽에 누군가가 휘갈겨 쓴 한 구절. '클랩튼은 신(神)이다'라는 단 한 줄. 시 전역으로 퍼졌다. 1966년이었다. 이를 계기로 그는 하드록의 전설로 향하는 길을 주행한다.

주인공은 에릭 클랩튼. 1945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세 번이나 등극. 그를 분발케 하여 팬으로 하여금 추앙케 만든 낙서. 막강한 파워를 실감케 하는 사례다.

영어로는 graffiti. 이탈리아어 graffito의 복수형이다. 긁어서 그린 글자나 그림이라는 뜻. tag라고도 한다. 고고학자에게는 보물 고대사 연구의 기초자료다. 정부에게는 두통거리. 미관을 해친다. 범죄로 발전한다.

로마병사는 정복지 문화재에 제 이름 새기기가 취미였다. 본국에서는 공중변소에서 성기 그리기 유행. 사형으로 다스린다는 으름장도 효과가 없었다.

중세에는 교회 벽에 지옥에나 가라고 썼다. 지옥행 대상자는 성직자다. 영국왕의 감옥 런던탑에서는 손톱으로 긁었다. 산업혁명 때에는 홍등가가 각광. 매춘부와 잔 뒷맛이 주류였다.

화장실은 고금동서의 명소. 남자는 섹스와 배설을 논했다. 여자는 하트와 화살로 사랑을 읊었다. 1970년대의 캠퍼스의 변소. 여기에서부터 남녀평등의 구현이 시작됐다.

여대생들이 상대방의 테크닉에 대한 불만 토로. 반면 남학생들은 인문학으로 주제를 바꿨다. 셰익스피어는 베이컨을 즐겨 먹는다고 갈겨댔다.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아니다. 영국 철학자의 난해함에 대한 비난이다.

사회학자와 문화학자는 주류 언론에서 소외된 대중의 매체로 본다. 좌절과 불만과 저항을 표현하는 수단. 하여간 솜씨는 일품이다. 창의력과 예술성이 돋보이는 경우도 있다.

범죄학자들에게는 비행이다. 한두 번으로 그치면 정상인. 습관이 되면 범죄에 물든다. 낙서 많은 지역도 우범지역이 된다. 지우기와 없애기를 주민운동으로 펼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센서를 설치해 단속한다. 낙서할라치면 경찰서와 순찰차로 통보. 즉각 달려온다. 호주의 전철역에서 체포된 열여덟 살배기. 원상복구비로 1800만원이 부과됐다.

아무데나 이름 새길 일 아니다. 우리네 여행자도 곧잘 동참한다. 참으면 철창에 들어가지 않는다. 벌금 내는 곤혹도 피한다. 안심여행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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