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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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4.29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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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정의 소비자 살롱
유현정 <충북대 주거환경·소비자학과 교수>
유 현 정 <충북대 주거환경·소비자학과 교수>

최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면서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다.

해를 넘기며 계속된 주가하락과 부동산 침체, 저금리 등으로 갈 곳을 잃고 시중에 헤매던 단기부동자금이 무려 800조원에 달하는데 경기가 바닥을 찍은 것 같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술렁이는 것이다.

이미 기관과 외국인은 3월부터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으며,개인들도지수가 1300선을 넘어서던 4월 초부터 이 대열에 합류해 코스피시장에서 개인들이 사들인 주식만 2조원을 훌쩍 넘기고 있다.

2007년 한 해 남들 다 주식과 펀드로 짭잘한 재미를 봤을때 아차하고 기회를 놓쳤던 많은 사람들이 허겁지겁 투자에 발을 들여 놓았다가 속절없이 떨어지는 주가에 손절매도 못하고 반토막난 혹은 1/3, 1/4로 떨어진 주식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껴안고 있었을 것이다.

조금씩 희망이 보이니 펀드를 환매해 직접투자로 갈아타면서까지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힘들게 모은 재산이 반토막 나는 상황에서 이성적으로 행동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우리가 투자라고 주장하는 많은 행동들이 사실은 투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투자란 미래의 불확실한 기대수익을 획득하기 위해 현재의 소비를 유보하는 경제적 선택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소비를 해서 얻을 수 있는 효용이나 또는 안전자산에 예치할 때 얻을 수 있는 안정된 이자수익보다 조금 높은 정도의 '보편적인 보상'을 목표로 한다. 투기는 미래의 소득증대를 위해 현재의 소비를 유보한다는 측면에서는 투자와 같지만 짧은 기간 동안 평균 이상의 수익을 얻을 목적으로 평균 이상의 위험을 부담한다는 면에서 투자와 차이를 보인다.

또한 투자의 결과는 비록 개인에게는 (+) 혹은 (-)의 결과 모두를 가져올 수 있지만 적어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투기는 과도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까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려 하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예상했던 것과 반대의 시장상황이 펼쳐지게 될때 투기는 회복하기 힘든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된다.

TV를 보면 주식투자를 위해 긴급자금을 대출해 준다는 광고를 많이 보게 된다.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다. 투자원금이 커야 수익도 커질 수 있다는 것 또한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재테크의 제1원칙은 남의 돈으로 투자, 아니 투기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100% 투자가 성공할 수 있다면 왜 누군가는 직접 투자를 하지 않고, 남에게 대신 투자를 하라고 돈을 빌려주겠는가. 내 마음의 평정을 잃는 순간 투자는 투기로 전락하게 됨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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