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은 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1.17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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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 덕 현 <편집국장>

국민여동생 문근영이 모처럼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개인이 익명으로 무려 8억5000만원을 기부했다는 것도 놀랍거니와 그 주인공이 이제 갓 스물한살인 문근영이었다니…. 처음엔 이런 희소식도 다 있구나 싶어 한동안 멍하기까지 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그가 나오는 TV 드라마조차 갑자기 살갑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런 느낌도 잠시, 머리엔 곧바로 쌀 직불금 문제가 오버랩됐다. 저 젊은 처자는 저렇게까지 하는데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벌이는 행태가 못내 거슬렸기 때문이다. 고급 관료와 국회의원,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까지 푼돈에 욕심낸 것도 헷갈리는 판에 그들의 계속되는 자기변명이 국민들의 복장을 더욱 터지게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직불금 문제는 당사자들이 직접 농사를 지었다고 해서 면피되는 게 아니다. 그 돈이 없어도 살 만한 사람들이 그 돈이 꼭 필요한 농민들을 기만했다는 사실은 두고 두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은 더 할 말이 없다. 아무리 부업()이라고 해도 그런 돈까지 욕심냈다면 이건 원초적인 자격 상실이다. 그런데도 사과는커녕 여전히 변명에만 안달이다. 유권자들은 그런 밴댕이 소갈머리를 몰랐던 것에 억울함마저 느낀다.

먹고살기 힘들어 자살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는데도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진단이고 보면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연말 대란설이 제발 사실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못내 아쉬운 것은 좀처럼 희망이 감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어려움은 늘 있어 왔다. 그리고 그 난관을 극복하게 한 것은 언젠간 나아진다는 기대감이었다. 그런데 그런 희망을 안겨주며 국민들을 다독거려야 할 사람들이 농투성이들의 직불금이나 가로채고, 그것도 부족해 아예 검은 돈까지 챙겼다가 줄줄이 구속되는 상황에선 앞으로도 기대난망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정작 우려되는 것은 경제난도 아니고 연말 대란설도 아니다. 이번 직불금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가진 자와 힘있는 자들의 이기와 탐욕, 그리고 이로 인한 사회약자층들의 신의결핍이다.

아닌게 아니라 도대체 믿음이 없다. 요즘처럼 사회적 냉소주의가 넘쳐났던 적도 없는 것 같다. 국민들 사이의 신의가 갈기갈기 찢겨지고 있는 현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장 걱정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청주 중앙공원은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들이 가장 즐겨찾는 장소다. 하루 종일 이곳에서 소일하는 노인들도 숱하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서로 동병상련의 정을 나눔으로써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곳 할아버지들이 오랜만에 지인을 만날 경우 서로 건네는 인사중에 특이한 것이 하나 있다. "야 임마! 너 뒈진줄(죽은줄) 알았다"다. 늘 보이던 사람이 며칠 안 나타나면 일단 사망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이곳의 정서다. 공원을 찾는 노인들이 대개 연로하거나 건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곳에선 수시로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너진다. 특히 환절기엔 갑자기 사라지는 노인들이 많다고 한다. 이유는 뻔하다.

흥미로운 것은 일반인들이 이 특이한 인사말을 듣는 순간 참으로 묘한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우선 삶에 대한 자기성찰이 엄습한다. 그리고 결론은 어차피 때가 되면 저렇게 편해지고 가벼워지는데 무얼 그리 집착하느냐로 귀착된다.

어려울 때 가장 힘이 되는 것은 주변의 관심과 배려다. 이것까지 단절되면 그 다음의 선택은 극단적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힘들어질지 모르는 현실에서 지금, 우리가 기대는 것은 바로 탤런트 문근영이 보여준 '마음의 씀씀이'다. 남보다 조금 앞선 사람들이 주변을 둘러 볼 수만 있다면 '희망'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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