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왕인가 봉인가
소비자는 왕인가 봉인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8.10.22 2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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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때 '소비자는 왕'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가 강화될수록 기업의 매출은 증가했으니 당연한 말이었다.

세상이 변해서인지 언제부턴가 소비자는 왕이 아닌 기업의 봉으로 전락했다.

올해 초부터 터진 광우병 위험인자가 포함된 수입소고기를 시작으로 쥐 새우깡, 멜라민, 살충제가 뿌려진 식품 등 한마디로 입에 넣을 음식조차 맘 놓고 먹지 못하게 된 것이 소비자의 책임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지 않은 책임은 소비자의 몫이 되었다.

이런 가운데 먹을거리에 대한 위기 의식을 극복하자는 목적으로 (사)대한주부클럽연합회충북지회와 청주지부가 소비자정보전시회를 마련했다. 소비자 주권을 기업에 양도하지 말자는 게 개최 이유다.

주부들로 구성된 이 단체는 경제불황을 보는 시각도 경제학자들과 다르다. 경제학자들은 전세계에 불어 닥친 경제불황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해석하고 있지만 주부들은 기업과 소비자 간의 믿음이 깨진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소비자가 외면한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고, 기업은 소비자를 무시해서는 발전할 수가 없다는 것이 주부들의 생각인 것이다.

한 주부는 "소비자가 왕인 시대는 옛말이 됐지만 기업이 소비자를 봉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정신차려야 한다"며 "깐깐한 소비자가 있다는 사실을 기업은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는 늘 기업에게는 봉이었다.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기업의 대응방식은 오리발로 시작해 모르쇠, 급기야 배째라 식의 배짱까지. 하여튼 죄는 미워하되 기업은 미워하지 말라는 식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간과됐던 게 사실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소비자의 권리요, 건강이다.

주최측이 아무리 좋은 전시회를 마련했다해도 소비자가 외면하면 그 또한 기업의 배를 불리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왕 대접은 못받아도 봉 취급을 당하지 않기 위해 전시회장으로 발길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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