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신발 작아 발 아프다는데 못 사줘 미안해"
"얘들아, 신발 작아 발 아프다는데 못 사줘 미안해"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15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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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김 남 균 <민주노총충북본부 비정규사업부장>

"얘들아, 신발 작아 발 아프다는데 못 사줘 미안해."

지난주 광주에 거주하는 20대의 주부가 목을 매면서 남긴 유서다. 감당할 수 없는 유서다. 오죽했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을까. 무슨 사연이 있기에 이렇게 사람들 마음을 후벼파는 유서를 남겼을까. 그녀는 사업에 실패한 남편과 이혼한 뒤 일곱살, 다섯살 두 아이를 식당일을 통해 번 월급으로 키워왔단다.

그러나 우리사회와 언론은 이 여인의 기구한 삶에 대해서 조명하지 않는다. 시대의 연인이었던 최진실씨의 죽음에 쏟아졌던 언론 관심의 천분의 일만큼도 없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가 이 여인의 죽음에 대해서 슬퍼했다. 더불어, '현재의 최저임금(시급3770원)이 너무 높아 걱정'이라는 이영희 노동부장관에 대해서 토씨를 달았다.

1% 땅부자의 종부세를 걱정할 정도로 세심한 정부가 제발, 최저임금 언저리로 살아가는 국민들의 살림살이와 아픔이라도 한번 챙겨봐 달라는 거다.

원한 맺힌다. 2∼3만원이면 살 수 있는 신발 한 켤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작은 아이들. 그 아이를 가슴에 묻고 떠나는 그녀의 가슴에 원한이 맺힌다. 나같이 메마른 사람도 원한 맺히고 눈물이 맺힌다. 여당 실세가 장롱 속에 숨겨져 있는 달러를 내놓으란다. 고환율 정책으로 조 단위의 천문학적 이익을 챙긴 대기업은 내버려 두고 피해자인 국민들에게 달러를 내놓으란다. 이번에 국민들이 비꼰다. 달러는 고사하고, 장롱도 없고 장롱 살 돈도 없단다.

이번엔 진천에 있는 사장님께서 호통치신다. '회사를 매각할 예정인데, 고용승계는 없다. 전원 사표써라'

십년 넘게 일했던 열댓명의 노동자가 울먹인다. '회사인수 십년만에, 땅만 팔아도 인수가격 제하고 40억원이나 가져가면 됐지, 이런 법이 어디 있나요'

분수에 맞게 살라고 했다. 팔자는 타고났다고 했다. 가난 구제는 국가도 하지 못한다고도 했다. 모두다 그려려니하고 체념한 듯 살라는 말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했다. 80만원도 안되는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100만명의 국민들의 속사정은 각자 가슴에 묻어야 하고, 오로지 '최저임금이 너무나 가파르게 올라 걱정'이라고 나랏님께서 울상이다. MB정부 하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짊어져야 할 등짐이 커지는 게 보인다. 아이녀석의 신발을 보면서 눈물 삼켜야할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눈에 보인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반짝 반짝 빛나는 여덟살 난 아이녀석의 야광운동화를 보면서 푸념만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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