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일 수 있는 위험의 수용 기준
받아들일 수 있는 위험의 수용 기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2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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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유 현 정 <충북대 주거환경·소비자학과 교수>

최근 중국산 멜라민 분유파동으로 인해 세상이 매우 뜨겁다. 화학원료인 멜라민에 오염된 유제품을 먹고 사망한 영·유아가 4명이고 병원을 찾은 '독분유 피해' 아동은 5만명을 넘는다고 하니 정말 세상이 발칵 뒤집힐 만한 일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중국산 납꽃게 사건, 미국산 자몽사건, 이밖에도 가깝게는 바로 올봄 생쥐 머리가 들어간 스낵, 칼날조각이 발견된 참치캔 등이 우리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국민소득 및 교육 수준의 향상에 따라 인간 삶의 복지향상에 대한 요구도 크게 향상되었다. 즉 사회·문화·경제적 차원에서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사회 문화'가 보편적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해 볼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소비자안전을 위해하는 요소들은 뿌리 뽑히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안전이란 '위험'에 반대되는 개념으로서 위험의 제거 정도는 곧 안전성의 정도로 간주되곤 한다. 그러나 위험의 완전한 제거, 즉 100% 안전한 상태란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안전을 지키기 위한(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지불할 수 있는) 비용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더욱이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수준은 계층과 라이프스타일, 가치에 따라 서로 차이를 보이게 되므로 국경을 넘어 전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묶이고 있는 개방화시대에 있어서는 더더욱 국가간, 문화간 '받아들일 수 있는 위험의 수용기준(criterion)'의 차이가 어느 정도이며, 국가간 소비자 안전의식과 안전의 실태가 어떠한지 연구가 필요하다. 최근 아태지역 4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국가의 안전관리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중국의 만족도가 한국, 미국, 일본에 비해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어떤 재화나 서비스의 구매 및 사용에 있어 사전에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실제 사용 후 성과가 좋으면 만족하게 되고,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보이면 반대로 불만족이 커지게 되는데, 중국에서 안전관리서비스에 대한 만족이 높았던 것은 안전에 대한 중국인들의 규범적 가치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일 것으로 예상된다. 즉 받아들일 수 있는 위험의 수용기준(acceptable risk criterion)이 타국에 비해 낮기 때문에 성과 자체가 높지 않더라도 만족도는 높게 나타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국민생활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는 생활 곳곳에 잠재되어 있다. 컵젤리를 먹다 기도가 막혀 사망할 수도 있고, 파손된 보도블럭 위를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달리다 넘어져 골절상을 입을 수도 있다. 어느새 필수품이 되어버린 휴대폰의 배터리가 폭발해 고막이 손상될 수도 있다. 노출된 피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잠재된 소비자문제들은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라 할 것이다. 현대사회의 위험은 산업화가 낳은 대량생산의 산물이며,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신종 위험들은 계속해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때문에 소비자 개인이 과거의 지식을 가지고 이러한 위험에 대처한다는 것은 점점 더 불가능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의 생활안전이 보장되어야 하며, 지속적인 관리와 함께 국민대중의 안전의식을 높여줄 수 있는 교육의 확대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 프로필

성균관대학교·동대학원 소비자학 박사 국가위기관리연구소 국민생활위기연구센터장 한국소비자학회, 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 이사 희망제작소 재난관리연구소 운영이사 국가고시(PSAT) 출제위원 현)충북대학교 주거환경·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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