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 문백전선 이상있다
268.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25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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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583>
글 리징 이 상 훈

"내가 자네 도움으로 이 일에 성공하면 금화를 주겠네"

"아니, 이 이게 뭔가"

"자세히 알 것까지는 없고. 아무튼 그걸 왕비님께서 잡수시게만 해준다면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걸세.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네."

대정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런데 이걸 왕비님이 잡수시게 해본댔자 뭐하나 자네 몸뚱이가 바로 옆에 없다면."

"아 참! 그렇지. 내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했군. 그러니까 자네에게 이런 부탁도 해야겠군. 어떻게 무슨 수를 써서든 내가 왕비님 근처에 머물 수 있도록 해주게나."

"어허! 호위 병사도 아닌 외간 남자가 어떻게 감히 왕비님 근처에 머물 수 있단 말인가"

장산이 짐짓 화를 크게 내며 말했다.

"이봐! 돈은 내가 얼마든지 줄 터이니 나와 수신 왕비님이 제대로 잘 엮어질 수 있도록 자네가 힘 좀 써보게나. 제발! 부탁하네!"

대정은 이렇게 말하며 장산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아 쥐었다. 지금 그가 진지하게 말하는 꼴로 보건대 결코 농담 따위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자네 정말로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나"

장산은 대정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그를 크게 꾸짖었다. 아무리 그가 지금 술에 취해있더라도 도저히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 솔직히 이런 인간 같지도 않은 인간의 부탁을 들어주려다간 공동 패망의 길로 들어들기 십상이 아니겠는가

"장산! 제발 이번 딱 한 번만 내 사정을 봐주게나. 난 수신 왕비를 보는 순간부터 죽은 아내 생각이 너무 간절해져서 거의 미칠 지경이 되었다네. 내가 만약 자네의 도움으로 이 일에 성공을 한다면 결코 그 은혜를 잊지 않겠네. 사례비로 금화 다섯개 정도면 어떤가"

"뭐 금화 다섯개"

장산은 그가 금화 다섯개를 사례비로 주겠다는 말에 갑자기 두 귀가 솔깃해진 듯 보였다. 그러나 장산은 이 친구를 수신 왕비 근처에 머물 수 있도록 해줄만한 능력이 없었다. 궁 안에서 사람을 채용하는 것은 장산의 권한이 아니며 더욱이 왕비 근처에 외간 남자가 머물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은 아예 상상조차도 할 수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좌우간 나는 자네가 이 일에 적극 협조해 주리라 굳게 믿네. 아! 갑자기 죽은 내 아내 생각이 밀물처럼 내게 또 쏵쏵 밀려오는구먼. 여보! 주모! 나 시원하게 울어야만 할 것 같소!"

대정이 주방을 향해 큰소리로 이렇게 외치자 어느 아리따운 여자가 허겁지겁 쫓아 들어왔다. 30대 초반의 이 여자는 대정 앞에 털썩 앉자마자 치마를 위로 훌떡 들어 올리더니 다짜고짜 자기 두 허벅지를 가위처럼 좌우로 벌려댔다. 그러자 대정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벌린 두 다리 사이에 자기 얼굴을 팍 파묻고는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지금 두 남녀가 알아서 척척 행하는 짓으로 보건대 꽤나 빈번하게 자주 해본 듯 한 느낌이었다.

"아이고 여보! 여보! 날 두고 왜 먼저 떠났수 응 아이고! 너무너무 야속하오 여보!"

대정은 자기 딴엔 죽은 아내를 그리워한답시고 몸부림치며 마구 울었지만 장산에게는 그의 이런 모습이 그저 가소롭게만 보일 뿐이었다.

'세상에 요런 희한한 변태도 다 있나'

장산은 예쁜 여인의 두 허벅지 사이에 자기 머리통을 꼭 처박은 채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구슬피 울고 있는 대정의 꼴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지금 당장 기분으로는 여인의 두 무르팍을 양 손으로 잡아가지고 그 사이에 꼭 끼인 그의 모가지를 가위질하듯이 힘껏 죄어주고 싶었지만 인간이 불쌍하여 장산은 꾹 참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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