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무상 등록금 지원 사업
대학 무상 등록금 지원 사업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4.04.2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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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내가 낸 세금으로 남의 집 자식의 등록금을?

요즘 국내 일부 지자체들이 지역 출신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자체 예산으로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세금을 활용한 민선 단체장들의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다른 일각에서는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이라는 평가를 내놓으며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지역 출신 대학생 무상 등록금 정책을 시행 중이거나 예정인 지자체는 전남 광양시, 장성군, 강원도 화천군, 평창군, 양구군, 경남 통영시 등 대부분 인구 소멸 위기 지역이다.

전남 광양시는 최근 지역 대학생 등록금 전액 지원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 사업은 지역 초·중·고교를 졸업한 대학생들에게 거주기간 등에 따라 정부와 학교 등에서 지원받은 장학금 등을 제외한 실제 부담하는 등록금의 50~100%까지 지원한다.

초·중·고를 모두 졸업하고 7년 이상 광양에 주민등록이 돼 있다면 100%를 지원받는다. 장성군은 지난 1월 지역 출신 대학생 250여명에게 3억6000만원의 등록금을 지원했다. 군은 국가·학교·기관·회사 등에서 받은 장학금을 제외하고 실제 부담한 금액을 학기당 200만원 이내로 지원한다.

경남 통영시는 지난해 하반기 지역 출신 대학 4학년을 대상으로 등록금 전액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2026년까지 전 학년으로 확대한다.

강원도 화천군은 2019년부터 지역 출신 대학생들에게 장학금 등을 제외한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보호자가 주민등록 기준 3년 이상 거주하고 직전 학기 성적 평점 2.5점 이상이면 지원받을 수 있다.

평창군도 2022년 등록금 전액지원 사업을 도입했다. 부모 중 한 명만 평창군에 거주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양구군은 지역 초·중·고를 졸업했거나 부모가 3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전액 지원한다.

그런데 이 사업들이 민선 지자체장들의 선심성 정책으로 비춰지면서 일각에서 반발을 사고 있다.

해당 지역의 한 주민은 “내가 낸 세금이 시민 전체의 공익을 위해 쓰이지 않고 대학생 자녀를 둔 가정의 학비 해결에 쓰인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며 “국가가 해결해야 할 (대학 등록금) 문제를 왜 시장이 나서서 시민 세금으로 선심을 쓰는 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이같은 지자체들의 대학생 무상 등록금 지원 사업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사업 취지가 인구를 유입하거나 소멸 위기를 해소해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것인데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등 근본적인 대책없이 `공짜 학비' 유인책으로 인구가 늘어나겠느냐는 반론이 우세하다.

이쯤에서 다양한 사회복지 정책과 함께 대학 무상 등록금 정책으로 OECD 선진국 중 출산율 1, 2위를 다투는 독일의 사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독일은 오래전부터 헌법에 명시해 대학과 대학원까지 무상 등록금제를 시행해 부모들의 양육비 부담을 절감해줬다. 학부모가 사교육비에 시달리지 않고 무상 공교육 시스템을 확립해 빈부에 관계없이 누구나 고르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결과 합계출산율 1.6명대의 안정적인 지표를 보유하게 됐다.

당장 정부가 나서야 한다. 20년 가까이 300조원을 쏟아붓고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저출산 정책 성적표. 무상 공교육 제도를 심각하게 고민해 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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