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잡이는 불법이다.
고래잡이는 불법이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0.23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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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 중 겸 <건양대 석좌교수>

송창식 하면 1970년대에 이름을 날린 포크송 가수다. 그는 시대상황에 맞는 노래를 많이했다. 동해바다로 가자고 시원시원하게 불러댔다. 번잡하되 암울한 도회지를 떠나도록 충동했다.

고래잡이하러 가자고 했다. 그 큰 녀석을 잡자고 하다니. 잡기가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잡지 못하더라도 거기까지 가서 모양새만 갖춰도 속이 풀린다. 떠났음이 주는 해방감이다.

고래는 바닷속을 유영하다가 숨차면 올라온다. 솟구치면서 내뿜는 물보라는 장관이다. 어디 한 두 마리가 그러는가. 아버지고래와 어머니고래와 새끼고래가 함께 놀이를 한다.

굳이 고래고기를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 감동적인 그들의 군무 자체를 보기 위해서다. 절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누가 그랬던가. 인간은 아름다움을 목격하고 소리 지르면 건강해진다고.

시대가 변했다. 지금 거기에 가면 포구는 황량하다. 바다에서 노니는 모습을 보기도 쉽지 않다. 운 좋으면 볼 정도다. 뭍에 올려진 고래고기를 맛보기는 더 힘들다.

인간이 남획한 탓이다. 1985년까지는 고래잡이를 어획량 쿼터제로 운영했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았다. 급기야 국제포경위원회가 처방을 했다. 이듬해부터 상업포경을 금지시켰다. 고래를 잡지 못하게 한 것이다.

고래는 버리는 부분이 거의 없다. 기름으로 등불을 켠다. 화장품에도 들어간다. 뼈도 마찬가지다. 고기는 식도락가의 별미다. 인간의 탐미와 탐욕의 재료로 널리 쓰였다.

포경산업은 그래서 번성했었다. 결과는 멸종위기였다. 다행히도 사람들의 지혜가 모처럼 모아졌다. 돈벌이는 못하더라도 고래수가 늘어나게 하자고 했다. 개체수가 대폭 늘어났다.

이렇게 되자 다시 잡아먹자고 아우성이다. 미국과 영국과 호주 등은 잡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일본과 한국 등은 잡자고 한다. 반대하는 나라가 조금 많다.

그러나 이 시각에도 고래고기를 즐기는 나라가 있다. 일본이 대표주자다. 자기 나라 고유의 식문화라고 한다. 상업포경을 금지하면서 과학조사포경은 해도 된다는 예외조항을 이용한다.

과학조사포경이란 고래의 생태를 조사한다는 명목이다. 어느 종이 얼마나 늘고 줄었느냐를 파악한다. 태평양과 북극해가 주어장이다, 아름다운 밍크고래가 희생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바다의 환경단체인 바다 수호자(Sea shepherd)가 격렬하게 반대한다. 조업을 방해한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강행하고 있다. 그렇게 잡아 어디서 소비하는가. 학교급식으로도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왜 찬성하는가. 울산은 고래생태도시를 표방한다. 관광자원으로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보고 즐기기도 하고, 맛있게 먹기도 하자는 거다. 생명 중시냐 경시냐는 차이가 크다.

우리는 환경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지구촌의 다급한 과제다. 기업도 생명을 가볍게 여기면 비윤리의 낙인이 찍힌다. 하물며 솔선수범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다니 말이 안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권쟁취에 나선 어느 당에서 이상한 구호를 내걸었다. 대선 전략의 이름을 '겨울바다에서 고래를 잡는다'로 했다. 정신 나갔다. 고래는 아직 잡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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