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가을입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3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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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김 익 교<전언론인>

요즘 농촌에서는 김장 배추심기가 시작됐습니다. 도시로 나간 아들 며느리에 시집간 딸 등 나눠 줄 곳이 많은 분들은 포트에 파종을 하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묘를 사서 이식을 합니다. 엊그제 이곳으로 와 쓰기 시작한 어설픈 영농일지를 뒤적이니 지난해는 8월 25일에 배추묘를 이식했습니다. 이번 주말까지는 마무리를 해야 되는데 내일은 오전에 마을 회의가 있고 모레부터 이틀간은 황토방에 손님들이 오시니 아무래도 이번주 내에 심기는 틀렸습니다.

오늘 한나절 괜히 마음만 급하고 설떨해져 비가 오다 말다 하는 사이 사이 질척 거리는 밭으로, 비닐하우스로 오가다가 되는 일도 없이 옷만 잔뜩 후질렀습니다. 아내 역시 심란한가 봅니다. 거실에 말린 고추 펼쳐 놓고 연신 허리를 두드려 가며 하루종일 닦아 챙기고는 "내일 고추 빻아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며 일찌감치 자리에 들었습니다.

갈수록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는 세상 돌아가는 판세를 닮아 가는지 날씨 참 이상합니다. 땀으로 가꾼 농작물이 알찬 결실을 해야 되는데 영 날씨가 도와 주지를 않으니, 농부들의 마음은 날씨만큼이나 우중충 합니다. 언젠가도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농사는 날씨가 좌우합니다.

제아무리 과학문명이 발달했어도 하늘을 바라보고 땅을 일구어 먹을거리를 만들어내는 농사만큼은 자연의 순리대로 따라갑니다. 비 한번에 거덜이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다가다 만나는 이웃들이 "올해 날씨가 이래서 농산물값이 비쌀 것 같다"고 걱정을 합니다. 비쌀지 쌀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농심은 천심'이라더니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가득한 풀벌레 소리뿐인 지금 이시각, 세상에서 홀로 떨어진 것 같이 밀려드는 이 외로움을 미물들이 달래줍니다. 며칠 사이 한층 세련된 선율을 빚어내는 이 천상의 하모니속에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가 목을 틔우느라 밤을 새워 튜닝을 합니다.

가을입니다. 새파랗고 빳빳한 채 어설프게 패였던 벼이삭이 어느새 누런기가 돌면서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비오고 덥고, 지지고 볶는 사이 어김없이 돌아가는 대자연의 거대한 틀이 여름을 지나 가을에 맞춰지고 있습니다.

약용식물원 포지 조성도 마무리 해야 되고 일 핑계로 미뤄지는 집 안팎 정리도 해야 되는데, 벌써 9월이니 세월 정말 빠르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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