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문백전선 이상있다 <357>
47. 문백전선 이상있다 <357>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3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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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이런 낭패가 다 있나"
글 리징 이 상 훈

"그에 대한 연유야 저희들로서도 자세히 알 길이 없습니다만, 어쨌든 문백전선이 평소 때와는 아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한 듯 하옵니다."

"그래 허허. 그거 참!"

병천왕 아우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볍게 몇 번 흔들어본 다음, 옆에 있는 목천 장수에게 물었다.

"목천! 자네는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제가 보기에, 아무래도 저들은 뭔가 눈치를 채고 단단히 준비해 놓은 뒤 우리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사옵니다."

목천장수가 몹시 긴장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으음. 그럼, 갈전! 자네 의견은 또 어떠한가"

아우내는 이번엔 턱으로 갈전 대신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이옵니다. 저들이 몰래 꿍꿍이수작을 부리지 않고서야 어찌 아직까지도 저녁밥을 해먹지 않고 있겠사옵니까"

갈전 역시 긴장된 목소리로 그러나 아주 차분하게 대답했다.

"하아! 이런 낭패가 다 있나!"

두 사람의 말을 듣고 난 병천왕 아우내의 얼굴은 순간 어두워졌다.

본디 병천왕 아우내는 허우대가 멀쩡하게 생긴 것과는 전혀 달리, 겁이 몹시 많은데다가 소심(小心)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한밤중에 호랑이를 만나는 무서운 꿈을 꾸다가 별안간 깨어나 그것이 실제 상황인 줄로만 알고 알몸으로 침실에서 그냥 뛰쳐나와 주위에 있던 경비병들을 급히 불러 모으는 바람에 공개적으로 톡톡히 망신을 당하기도 했고, 함께 재미를 보는 여자가 별안간 맘이 변하여 두 손으로 자기 목을 콱 옥죄어서 죽이지는 않을까 염려를 한 나머지, 한 때 불을 환히 켜놓은 채 경비 병사들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그런 동물적인 짓거리를 서슴없이 저지르기도 했던 변태성욕자이자 못난이가 바로 병천왕 아우내였다. 게다가 그는 혹시라도 독살(毒殺)을 당하지는 않을까 두려워한 나머지 제아무리 맛나 보이는 음식이나 과일이 있더라도 주위에 있는 측근들에게 일단 먼저 먹여 보고나서 괜찮다는 것을 확인해 보고난 다음에야 비로소 그걸 자기 입에 갖다 대곤 했기에, 병천왕 아우내는 고귀한 왕(王)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남이 먹다 남긴 찌꺼기 음식을 먹는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천하의 겁쟁이에다가 옹졸한 인간인 그가 비록 작은 땅덩어리를 갖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왕(王)이라 칭하면서 이제까지 별 탈 없이 큰소리치며 지내올 수 있었던 것은, 무지 운이 좋은데다가 젊은 시절 우연히 만난 현인(賢人)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따라왔기 때문이었다.

그가 젊은 시절에 만났던 현인(賢人)이란

이곳에서 제법 떨어져 있는 염로국의 염치라는 마을에 아산이란 이름을 가진 70세 먹은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그의 집 널찍한 마당 안에 따뜻한 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여 인근 일대 사람들은 그를 보통 아산의 온인(溫人)이라 부르고 있었다.

아산 온인은 우연찮게 자기집 앞을 지나치다가 따뜻한 물로 몸을 담근 채 목욕중인 자기를 첫눈에 알아보고 찾아와준 젊은 병천왕 아우내를 진심으로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다.

그때, 두 사람은 발가벗고 따뜻한 물속으로 들어가 서로 간에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갖고 있는 자기 능력에 대해 항상 과한 평가를 내리는 데 있어 조금도 주저함이 없는 젊은 아우내는 아산 온인에게 주로 병법(兵法)에 관하여 물었고, 아산 온인은 그의 머리 수준에 딱 알맞도록 쉽게 풀이를 하여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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