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한 재수사… 13년전 억울함 풀다
꼼꼼한 재수사… 13년전 억울함 풀다
  • 한인섭 기자
  • 승인 2007.04.13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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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농간 빼앗긴 50억대 공장 찾아줘

 

 

 

 

 

 

 

 

 

브로커 농간에 50억원대 생수공장을 한순간에 빼앗긴 사업가가 검찰의 치밀한 재수사로 13년만에 되찾아 화제가 되고 있다.

상습 고소인으로 취급됐던 김모씨(50)는 공장을 되찾기 위해 지난 99년부터 브로커 등을 상대로 39차례에 걸쳐 민·형사사건을 제기했으나 매번 증거부족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김씨는 진실이 밝혀 질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않고 지난해 12월 다시 청주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한 끝에 한을 풀었다.

김씨가 건설업자·전직 은행원이 포함된 기업사냥꾼들들의 덫에 걸린 것은 지난 94년. 경남 산청군에서 생수공장 허가를 받아 80%까지 신축했으나 자금난에 봉착해 K종합건설을 소개 받은 것이 첫번째 화근이었다.

공장 준공 후 담보대출을 받아 공사비를 충당하겠다는 건설사측의 제의로 은행지점장 출신 대출 브로커 P씨를 생수회사 이사로, 건설사 대표(명의사장) A씨를 공동대표로 등재했다. 또 공사비를 못받을 경우 허가권과 함께 회사를 건설사에 양도한다는 내용의 '제소전 화해'서류를 만들어줄 것까지 요구했으나 급한 마음에 응했다. 이들은 공사대금을 부풀려 청구하는 수법을 동원했고, 대금을 못갚아 공장은 건설사 실제사주 유모씨(41·청원군) 명의로 넘어갔다.

사기를 당한 것을 알게 된 김씨는 이때부터 최근까지 8년간 법적대응을 했으나 매번 '혐의없음'으로 처리됐고, 오히려 공사비 6억원을 변제하지않았다며 기소당해 무죄 판결을 받느라 5년간 시달렸다.

올 초 이 사건을 배당받은 청주지검 장재혁 검사와 오휴균 수사관은 일단 40번이나 소를 제기할 정도라면 억울한 사연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기존 수사기록과 김씨 진술을 꼼꼼히 챙겼다.

김씨가 수사기관에 요구했던 것은 유씨가 명의사장을 앞세워 공장을 강탈한 사실을 밝혀달라는 것이었으나 이전 수사과정에서는 소홀히 취급됐고, 유씨 역시 다른 사건 공판에 출석해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증언으로 일관했다.

수사진은 결국 건설회사의 주식변동상황과 주주명부 조사를 통해 유씨와 가족, 친인척·직원 명의로 73%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어 피해자와 건설사 직원 등 수십명을 불러 사건경위를 조사했다.

유씨는 자신의 관련성을 극구 부인했으나 결국 장 검사가 주주명부를 들이대자 모든 사실을 자백했다.

장 검사는 한걸음 더해 양측의 합의를 유도했다. 결국 김씨는 '공장을 되돌려 주겠다'는 유씨의 공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응어리를 풀은 김씨는 검사실을 다시 찾아와 큰절로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유씨 역시 모든 사실을 털어 놓고, 공장을 되돌려준 후 다리를 뻗고 잘 수 있다는 고백을 수사진에 했다고 한다.

김씨는 최근 청주지검 홈페이지에'은혜를 잊지 못하겠다'는 감사 편지를 통해 "억울한 한을 갖고 살아 고소남발자라는 오명을 얻고 폐인이 되다시피했으나 실체를 정확히 진단한 수사로 공장 강탈한 기업 사냥꾼들의 범죄와 사건 진실을 7년여만에 밝혔다"며 "50억원 상당의 공장을 되찾고, 다시 인생의 사는 맛을 느끼고 있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창세 청주지검 차장검사는 "고소인이 조사를 요구한 핵심이 여러차례 간과됐으나 수사검사가 심도깊은 수사와 성의있는 태도로 실체를 밝히고, 오래된 합의까지 이끌어낸 사례"라고 소개하고 "숨겨진 진실을 최대한 밝혀내려는 수사기법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피해자·가해자 모두 수긍하는 인권수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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