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서 사라져도 무방비'…학교폭력 제도 곳곳 허점
'진술서 사라져도 무방비'…학교폭력 제도 곳곳 허점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7.11.1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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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조사처 '학교폭력 사안 처리 문제점과 개선과제' 보고서
학교폭력과 관련해 학교와 학교장의 책임을 강화하고, 학교폭력 관련 문서의 관리를 위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슈와 논점 '학교폭력 사안 처리 문제점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최근 일부 학교가 학교폭력을 축소?은폐하는 등 공정하게 처리하지 않고 있으며 관련 법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특히 학교폭력 사안을 심의하는 자치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부적절하고, 관련 문서의 관리?보존에 관한 규정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최근 학교가 학생들 간에 발생한 학교폭력 사안을관련 규정에 따라서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하지 않고 축소하고 은폐하는 사례가 있었다.

학교폭력 사안을 축소?은폐해 서울시교육청 감사를 받은 한 학교는 학교장이 피해학생 학부모에게 전학을 유도했고, 피해학생이 장기간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사소견서를 제출했지만 교감이 병원을 방문해서 피해자 진술을 받겠다고 하는 등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를 소홀히 했다.

학교알리미사이트의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해당 학교의 자치위원회가 2016년도에 학교폭력을 심의한 건수는 0건이다.

하지만 학교폭력 예방법의 규정에 의해서 실시하는 학교폭력실태 조사에서는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다수 있었다.

입법조사처는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지만 자치위원회가 학교폭력을 심의한 건수가 없다는 것은 학교가 학생들 간에 발생한 학교폭력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거나 관련 규정에 따라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도교육청은 학교가 학교폭력 사안을 관련 규정에 따라서 공정하게 처리하도록 지도와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자치위원회가 학교폭력을 심의한 건수가 없는 학교의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하여 해당 학교가 학교폭력 사안을 관련 규정에 따라서 공정하게 처리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어 "학교와 학교장의 학교폭력 사안처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학교폭력 예방법에 명시된 학교장의 의무에 대한 조항을 학교폭력 사안을 축소?은폐하지 않고 공정하게 처리하도록 학교장의 책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학교폭력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가해학생을 교육?선도하기 위한 조치를 심의하는 자치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치위원회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대부분의 학부모위원은 학교폭력 사안을 심의하기 위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편이다.

또한 학부모위원의 자제가 가해학생 및 피해학생과 같은 학교에 재학하고,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학부모와 지역에서 일정 기간 거주해 형성된 관계 등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의가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자치위원회 별로 유사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심의 결과가 상이해 심의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자치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재심 청구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학교폭력 사안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해 자치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자치위원회의 학부모위원 비율을 축소하고 학교폭력 사안을 객관적으로 심의할 수있는 외부위원의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학교폭력 관련 문서 관리의 허점도 지적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제3항은 자치위원회 회의록을 작성해 보존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및 학교폭력을 목격한 학생 등이 작성한 진술서와 학교폭력 전담기구가 생성한 학교폭력 관련 문서 등을 관리하고 보존하기 위한 구체적인 규정이나 지침이 없다.

실제 이번에 논란이 된 학교에서는 학교폭력과 관련해 담임교사가 확보한 학생들의 진술서 18장 중에서 6장이 사라졌으며, 분실된 6장 중에서 4장은 학교폭력을 목격한 학생들의 진술이 기록된 자료였다.

시?도교육청이 국가기록원의 '학교기록물 관리 지침'에 근거해 만든 학교의 기록물 관리지침에는 자치위원회 회의록 외에 학교폭력 관련문서를 관리하고 보존하기 위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

국회 입법조사처 조인식 입법조사관은 "학교폭력 관련 문서의 관리를 위한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시?도교육청이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관련 학생들로부터 사안의 조사를 위해 받는 진술서 등 학교폭력 문서의 관리를 위한 규정과 절차에 대한 세부 지침을 만들어서 일선 학교에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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