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음과 다름
닮음과 다름
  • 임구확 <청주상당도서관 주무관>
  • 승인 2015.10.2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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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談論)
▲ 임구확

지난 토요일 우리 도서관에서는 음식인문학자인 주영하 교수의 강연이 열렸다.

2015년 공공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의 마지막 강연으로 동아시아의 음식문화에 관한 내용이었다.

숟가락과 젓가락 문화로 본 한·중·일 음식문화는 닮았지만 분명하게 달랐다. 수천 년 동안 사용한 인류의 평범한 도구에서 동아시아 음식 문화의 공통성과 다양성을 찾는 것은 일상적인 것도 허투루 넘겨 볼 게 아니라는 생각의 시간이었다.

거창하게 나열할 것 없이 가까이에 있는 것에서부터 이것이 한국의 음식 문화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배움의 기회였다.

젓가락은 한·중·일을 대표하는 문화이며 동아시아 음식문화의 한 특징이기도 하다.

젓가락은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고 전해 내려오는 도구이지만 크기, 재질, 디자인 등에 따라 차이가 있듯이 나라별, 시대별, 문화의 공통성과 다양성이 있다. 한자라는 공통된 문자를 쓰지만, 언어가 달라 말이 통하지 않고, 그릇이나 음식 등도 다르다. 동아시아는 서로 닮았으면서 매우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

한국인의 젓가락은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졌다. 조선시대에는 놋쇠 젓가락이 흔히 쓰였는데, 그 전통이 이어지는 것이다. 나무, 플라스틱이 아닌 스테인리스인 이유는 한국 음식의 특징 때문이다.

우리나라 음식은 그릇에 담긴 채로는 입 안에 넣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통으로 요리한 생선을 부위별로 잘라 살을 발라서 먹어야 하고, 떡갈비도 자르고, 김치도 젓가락으로 양쪽 끝을 갈라야 먹을 수 있다. 나무젓가락으로는 어렵고 금속제인 젓가락이 유용한 것이다.

일본, 중국과 다른, 한국 음식문화의 한 특징은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여 식사하는 것이다. 그들은 숟가락을 음식 옮기는 용도로 쓰지만, 음식을 넣기 위한 식기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숟가락을 이용하여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문화적으로 다르다는 기준이 될 수 있다.

국물이 많은 국이나 찌개 있으면 밥을 더욱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러려면 숟가락은 꼭 필요한 도구이다. 최근에는 밥을 숟가락으로 먹는 일이 줄었다. 젓가락으로 밥을 떠서 먹고, 밥그릇을 들고 밥을 먹기도 한다. 숟가락이 필요 없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밥 먹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국물 음식이 없으면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고도 식사를 마칠 수 있다. 옛날처럼 밥, 국, 반찬의 한상차림에서 단품요리로 간편하고 빠른 식단으로 바뀌면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동시에 사용하는 방법을 쓰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숟가락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는 편한 요리가 인기지만, 외식을 할 때에는 푸짐한 탕이나 국밥을 찾는다.

인류가 만들어낸 도구 중에서도 그 어느 것보다도 가까이서 쓰는 것이 숟가락, 젓가락이다. 닮았지만 다르다는 것에서 우리의 고유성을 보여줄 수 있고, 삼시세끼 오랜 문화를 지키며 역사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에 문화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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