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의 교훈
영화 「명량」의 교훈
  • 임성재 <프리랜서>
  • 승인 2014.08.05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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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임성재 <프리랜서>

영화 「명량」의 흥행이 예사롭지 않다. 개봉 첫날 68만 명의 관객이 몰려 개봉 첫날 관객 신기록을 세우더니 개봉 4일째에는 123만 관객이 들어 1일 최다관객 신기록을 세웠고, 개봉 6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해 이 부분도 신기록을 세웠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영화의 모든 흥행 기록을 갈아 치울 것으로 보인다. 서점에서도 이순신 관련 책들의 판매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왜 국민들은 이순신을 열망할까? 영화에서 이순신은 말한다.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쫒아야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무릇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지 않겠느냐”라고. 백성이 유일한 충(忠)의 대상이며, 백성을 나라의 근본으로 여기는 이런 지도자를 지금 만나고 싶기 때문은 아닐까?

요즘 우리사회는 우울하다. 병영에서는 따돌림을 못 견뎌 총기를 난사해 동료를 살해하고, 선임 병들의 잔혹한 고문과 구타로 병사가 사망해도 부대는 감추기에 급급하고 국방장관은 뉴스를 보고 이런 사실을 알았다는 군대. 가출한 여고생을 감금하고 매춘을 강요하다 살해한 일당의 인간이기를 거부한 잔혹성과 실종신고를 해도 단순가출로 처리해 시간만 끌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수사기관의 나태함 등이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는 113일째다. 오늘도 유민이 아빠는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24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대통령님, 힘없는 아빠 쓰러져 죽거든 사랑하는 유민이 곁에 묻어주세요.’라는 글씨를 가슴에 달고 청와대를 향해 걷는다. 유족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도록, 안전한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 정치권은 113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대답이 없다. 7·30 재보선에서 압승한 여당은 기고만장하여 유족의 뜻은 대다수 국민의 뜻이 아니라고 몰아붙이고, 야당은 참패의 충격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특별법 특위위원장인 여당 국회의원은 유족들이 보상을 더 받으려고 한다며 허위사실을 날조하여 SNS에 유포하였다. 온갖 범죄와 태풍소식과 여름휴가에 세월호 참사가 국민들의 뇌리에서 잊혀 지기를 기다리는 정권의 전략은 아닌지 궁금하다.

광화문 앞에 서있는 이순신장군은 유민이 아빠의 단식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아마 이런 장계를 올리지 않을까. “간악한 장사꾼 모리배와 관직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탐하는 탐관오리들이 합작해서 어리고 무고한 백성 3백여 명을 바다에 수장시킨 사건이거늘 113일이 지나도록 실종자들의 시신조차 다 찾아내지 못하고서도 스스로 책임지는 자는 하나도 없고, 정치한다는 자들은 임금에 기대어 자신의 권력유지에 급급하며 붕당을 짓고 싸움질만 하고 있으니 그들을 벌하여 물리치소서. 그리고 백성의 아픔을 보듬으소서.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지 않겠습니까?” 라고.

어느 일간지에서 ‘국민이 뽑은 드림내각’이라는 투표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얼마나 답답하면 국민들에게 가상의 내각을 뽑아 보라고 하겠는가. 문득 이순신을 투표할 수 있다면 어느 자리에 투표할까 생각해 봤다. 국방장관, 아니 국무총리를 시켜야하지 않을까? 그런데 국무총리는 자기 소신껏 일할 수 있나? 나라의 근본이 백성임을 알고 - 즉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우리나라 헌법을 400여 년 전에 설파한 사람, 장수의 충(忠)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대통령을 맡아야 하지 않을까.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적과 맞서려는 아버지에게 아들은 복안이 있느냐고 묻는다. “복안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독버섯처럼 번진 두려움이다. 이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승리할 수 있다.” 결국 자신의 솔선수범과 희생을 통해서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어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어낸 이순신의 리더십과 나라의 근본이 백성임을 아는 이순신의 덕목이 꼭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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