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도 인사청문회를 도입하자
지방자치단체도 인사청문회를 도입하자
  • 임성재 기자
  • 승인 2014.06.2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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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임성재 <프리랜서 기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자진 사퇴했다. “식민지배나 남북분단은 하나님의 뜻”, “조선민족의 상징은 게으른 것”이라는 등 한 교회에서 강연한 발언이 문제가 되면서 여론의 비판을 받아왔다. 문후보자는 언론의 보도가 전체발언의 의미를 왜곡한 오도된 여론이라며 강하게 버텨오다가 더 이상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문창극 후보자는 김용준, 안대희 후보자에 이어 인사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한 채 사전검증과정에서 낙마한 세 번째 국무총리 후보자가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 앞으로는 부디 청문회에서 잘못 알려진 사안들에 대해서는 소명의 기회를 줘 개인과 가족이 불명예와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실패로 빚어진 사태를 언론과 정치권의 사전검증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이었다. 박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청와대가 문창극 후보자의 임명동의요청안을 국회에 보냈어야 했다. 그리고 청문회에서 후보자가 충분히 자기 소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어야 했다. 독립유공자의 자손임을 밝히고, 왜곡된 여론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국무총리 직을 사퇴하겠다고 발표한지 두 달이 지나고 있건만 세 명의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도 오르지 못한 채 낙마하는 사태를 보면서 ‘인사청문회가 너무 엄격하다’, ‘이렇게 검증하면 아무도 통과하지 못 한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등 인사청문회의 피로감과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도 생겨난다. 그러나 인사검증제도는 꼭 필요하다. 지도자에게 업무능력보다 더 중요한 일은 도덕성이다. 국가를 경영하는 고위 공직에 오르는 사람이 일반 국민보다 법을 지키지 않았거나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다면 안 될 일이다. 민족성의 DNA를 운운하며 민족정신을 비하한 사람이 국무총리가 되고, 정치공작 경력이 있는 사람이 국정원장이 되고, 제자의 논문을 표절해서 승진하고 연구비를 타냈던 사람이 교육부장관이 된다면 이런 인사가 정당한 것일까? 최소한 국민이 수긍하고 납득할 수 있는 인물을 발탁하는 것이 인사권자의 의무이다.     

인사청문시스템이 중앙정부에만 국한돼서는 안 될 일이다. 기초 또는 광역 자치단체에도 지방공기업을 비롯해 자치단체 산하 기관들이 많이 있는데 대부분 단체장이 임명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기관들이 주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까닭에 관행적으로 퇴직공무원이나 단체장의 선거를 도왔던 사람들을 앉히는 자리로 활용되어왔다. 이제는 지방자치단체도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미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지방공기업 임원을 임용할 때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 그리고 민선 6기 권선택 대전시장 당선자는 ‘지방공기업 사장 인사청문회 도입’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었다. 이시종 당선자도 충북참여연대가 제시한 공기업 인사청문회 도입요구에 대해 도지사가 임명하는 정무직에 한해서는 인사청문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부분수용의사를 밝힌바 있다. 이렇듯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인사청문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이뤄지지 않는 것은 ‘지방공기업법’과 ‘지방자치법’ 등 현행법에 막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공기업 임원의 인사청문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반드시 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문제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법 개정이후로 미뤄 놓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관련법의 개정이전이라도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인사청문회 수준으로 인물을 검증할 수 있는 민주적인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인사청문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 지방공기업 임원뿐만 아니라 자치단체의 산하 기관과 단체의 장을 포함하는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 그래서 단체장의 입맛대로 퇴직공무원이나 선거 참모 등을 임명해 왔던 관행에서 벗어나 꼭 필요한 인재가 발탁될 수 있는 민주적인 절차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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