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선거를 보고 싶다
깨끗한 선거를 보고 싶다
  • 임성재 기자
  • 승인 2014.05.2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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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임성재 <프리랜서 기자>

6ㆍ4 지방선거가 꼭 7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지방선거의 분위기는 예전과 확연히 다르다. 로고송과 연설차량이 뿜어내는 소음공해로 넘쳐나던 거리가 조용하다. 사거리마다 똑같은 유니폼을 걸쳐 입고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인사하는 후보자와 운동원들의 모습도 보기 어렵다. 이 모두가 세월호 참사로 아픔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여야 정당들이 조용한 선거를 치르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겉으로 보이는 차분함의 이면에는 온갖 불법선거 운동과 흑색선전, 막말 비방이 판을 치고 있다. 자신을 보여주는 선거운동을 마음껏 하지 못하니까 상대후보를 깎아 내리는 네거티브 선거 전략에 매달리고 있는 듯하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는 후보들의 행태는 차마 입에 담기에도 부끄럽다.

한때 공당의 주요 당직을 역임하고 대권을 꿈꾸었던 어느 광역단체장 후보는 중앙 일간지에 상대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비방하는 광고를 실었다.

자신의 정책을 올바르게 알려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기보다는 상대 후보를 깎아내려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는 표심을 돌려보겠다는 비겁한 선거 전략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후보등록 후 10일간의 전체적인 선거법 위반건수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보다 줄었으나 금품수수 등 선관위가 적발하여 고발한 선거법 위반 건수는 17%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불법 선거운동보다는 물밑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중대 범죄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은 충북에서도 유난히 심한 것 같다.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면 교육감선거와 두세 곳 정도의 기초단체를 제외하면 광역단체장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간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언론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도지사 선거에서 나오는 상대후보에 대한 막말과 비방, 그리고 상대후보에 대한 고발 등 두 후보가 벌이고 있는 선거운동은 이미 도를 넘고 있다.

또 새누리당 충북도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충북도당이 벌이고 있는 상호 비방전도 도민들을 분노케 한다. 아무리 선거판이라고 할지라도 자신들을 지지하고 선택해야하는 유권자들의 품격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양식은 지키면서 선거운동에 나서야 한다.

흔히 선거에서 2등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한다. 승리, 즉 당선만이 유일한 선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당선을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기세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흑색선전과 비방, 불법선거를 하더라도 우선 당선되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물론 선거에서의 최선은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일이다. 곧 당선되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에서 당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정정당당함이다.

상대방을 비방하고,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을 동원하고, 불법선거운동을 자행하여 당선되는 것보다는 정정당당하게 싸우다 맞이하는 패배가 훨씬 아름답다. 정정당당한 아름다운 패배는 유권자들이 기억한다.

이제 6ㆍ4 지방선거까지 꼭 7일이 남았다. 언론사의 여론조사결과도 발표하지 못한다. 예측하기 어려운 판세에서 불안할수록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승리보다 더 중요한 일은 정도를 지키는 일이다.

세월호참사의 아픔으로 상처 입은 도민들에게 선거의 추악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선거에 나서는 정치인의 자세는 아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에 안대희 총리지명자가 사퇴했다. 당선만을 목표로 선거에 임하는 후보들에게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상대를 비방하기에 앞서 자신을 검열하고, 그리고 도민 앞에 당당하게 선 후보들이 치루는 깨끗한 선거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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