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선거에서 이념이라는 것
교육감선거에서 이념이라는 것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4.04.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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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충북도내 학부모단체가 특정 행사장에서 교육감 후보들을 놓고 이른바 사상검증 성격의 설문조사를 했다고 해서 논란이 크다. 문제가 된 질문 내용은 대략 두가지다. “귀하께서는 현재 법외노조 논란이 일고 있는 전교조출신의 교육감 후보가 교육감으로서 적절하다고 생각하십니까”와 “귀하께서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비전교조 교육감 후보 단일화 추진위원회의 활동을 지지하십니까”이다.

누가 봐도 전자는 진보의 대표주자격으로 나선 김병우 후보를 겨냥했고 후자는 현재 막바지에 이른 보수후보 단일화에 대한 여론을 감지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예상대로 김병우 후보측이 저의가 의심스러운 불공정한 설문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선거법에의 저촉여부는 당국이 알아서 판단하겠지만 어쨌든 이번 사안은 충북교육감 선거에도 이념논란의 불씨를 본격적으로 지폈다는 점에서 민감한 반응을 샀다.

비단 충북 뿐만 아니라 현재 전국에서 교육감선거를 놓고 이념 공방이 한창이다. 아예 처음부터 보수와 진보를 딱 갈라 스스로의 정체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곳도 있다. 대개는 전교조를 문제삼아 여론을 타려는 보수 성향의 후보들이 주로 활용하는 전략으로 통한다.

문제는 보수와 진보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변질돼 선거판을 어지럽힌다는 것이다. 보수는 그저 수구 반동으로 내몰리는가 하면 진보는 좌파를 넘어 종북으로까지 매도된다. 그러면서 상대에게 교육을 맡기면 그것으로 끝인냥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당연히 교육적 관점에서도 무슨 정책이나 시책엔 소위 보수와 진보논리가 각각의 당위성으로 무장해 상호 표출될 수밖에 없다. 학교급식을 예로 든다면 계층적 선택급식의 경우 자유와 생산성이 강조되는 보수의 시각이 되겠지만 만약 전면 무상급식을 표방한다면 이는 다분히 평등과 분배가 중시되는 진보적 논리를 대변하는 것이 된다. 이를 놓고서 어느 것이 선(善)이고 어느 것이 악(惡)이고를 따진다면 이거야말로 이념을 내세운 살인행위나 다름없다.

모든 사안이 그렇듯 세상에 절대적 완벽은 없다. 상호 보완과 이를 통한 합치(合致)가 있을 뿐이다. 이념이라는 것도 영원불변이 아니다. 오히려 시대와 역사적 배경에 따라 상대성의 개념으로 진화한다고 봐야 옳다.

다만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이념을 앞세운 집단이성의 마비, 다시 말해 반 문명적, 반 인간적 야만성이다. 양아치 조직만도 못한 김정은의 북한체제를 무슨 이념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 미치광이 히틀러의 이상주의를 이념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런데 지금 교육감 선거판에서 벌어지는 이념공방이 바로 이러한 늪에 빠져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더구나 현재 각각의 이념으로 얘기되는 것들은 잘못 이해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보수 논리인 선행학습이니 영재교육이니 하는 것들은 사실 대단히 진보적인 발상이다. 전통적 개념의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반대로 진보 논리로 회자되는 대안교육, 인간교육 하는 것들은 역으로 철저하게 보수적 정책이다. 인간성의 근본을 회복하겠다는 것인데 이거야말로 삶의 전통적 가치를 존중한다는 보수의 이상향이 아니겠는가. 교육에서 보수와 진보는 서로 짝짜꿍이 될 지언정 결코 불구대천 원수지간이 아니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이념만큼 허구가 없고 그 이념이 넘쳐나게 되면 사회는 반드시 가치를 상실한다는 역사적 사실이다. 당장 이 순간에도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되레 자신의 이익에 배치되는 보수 이데올로기를 추종하면서 그 정당에 표를 주지 않는가.

정작 교육감 후보들이 할 일이란 이런 쓰레기같은 이념을 들먹일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학교폭력을 없애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내 자식처럼 잘 가르칠 수 있느냐를 고민하는 것이다.

한가지가 더 있다면 생때같은 아이들이 떼죽음을 당한 그 참상에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는 후보가 진정 교육감으로서 자질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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