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기획노트 1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기획노트 1
  • 정규호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 승인 2013.10.03 1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정규호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지난 9월 11일 개막된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입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음이 느껴지고 있다.

여덟번째 치러지는 비엔날레의 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입소문의 근원이 되고 있는 듯 한데, 그 변화는 역사성의 회복이라는 화두에서 비롯됐다.

문화콘텐츠 분야를 주로 맡아왔던 내가 공예비엔날레를 맡게 된 가장 이유는 새로운 변화에 대한 필요성 때문인 것으로 감지하고 있다.

1999년 시작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도자, 섬유, 목칠, 금속, 기타 등 공예의 5개 장르를 총망라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유일의 공예비엔날레라는 점에서 시작때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소재에 따라 장르가 구분되는 공예의 특성상 이처럼 5가지 분야를 아우르는 비엔날레를 기획하기는 쉽지 않은 탓에 소재를 달리하면서 비엔날레 형식의 미술 축제가 진행되고 있는데, 대표적 예가 경기도자비엔날레를 손꼽을 수 있다.

아무튼 좀 천박한 표현이긴 하지만 공예분야의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접근방식은 일단 시작부터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때문에 해를 거듭할수록 끊어지지 않고 계속돼온 덕분에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이제 국내를 뛰어넘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대표적 비엔날레로서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여전히 해결돼야 할 숙제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돼 왔는데, 그 첫번째 문제는 역사적 연속성의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그동안 1인 총감독제를 중심으로 7차례나 치러졌다.

주로 미술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이루어져 왔던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거의 대부분의 행사 기획을 총감독 중심으로 마련돼 왔다.

그때 그때의 전시주제를 비롯해 전시 초대작가의 선정 등 비엔날레핵심요소는 총감독의 기획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조직위원회 직원들은 행정적인 업무를 뒷바침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훌륭한 총감독에 의해 비엔날레 행사 전체가 기획되고 연출되는 방식에 이의를 제기할 까닭은 없다.

다만 작가들에 대한 글로벌 네트워크나 전시정보, 그리고 기타 세계 공예계 주요인사들에 대한 네트워크 등 사실상 역사적 연속성을 유지해야할 것들에 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접근을 비롯해 관련 자료의 미축적은 반드시 해결했어야 할 숙제인 것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의 공예비엔날레는 소위 히트 앤드 런의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해왔다는 지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나는 공예비엔날레 총괄기획업무를 맡으면서 이러한 역사적 단절과 매회 반복되는 일회성 행사 형식의 탈피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공예비엔날레가 백년이상 계속되면서 그 축적된 브랜드 가치를 이어나갈 때 청주가 명실상부한 글보벌 공예 마켓의 허브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상근직원의 전문성 제고와 철저한 자발적 기획 능력의 배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우선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소속 직원 가운데 미술전공 직원을 중심으로 학예실을 만들어 우선 스스로 연구하고 기획하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 해 6월부터 수십차례에 걸친 기획회의를 통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변화 가능성과 자발적인 기획을 통한 역사적 연속성 유지 방안 마련에 직원들과 함께 밤을 새워 가며 토론을 하기도 했다.

처음 기획회의를 개최하던 날, 총괄부장의 입장에서 회의를 주재하다보니 일방적이고 지시일변도의 구습이 여지없이 되풀이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두번째 회의부터는 과감하게 기존의 회의방식을 탈피해 진행자 없이 형식 없이, 또 제약 없이 자유발언 형식의 회의를 도입해 말문을 트이도록 하는데 주력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직원들이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우리도 스스로 기획할 수 있고 연구, 발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우리는 그동안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직·간접적으로 거치면서 느껴왔던 한계와 아쉬움을 토로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성공적 변화를 주도할 수 있었다.

이런 스스로의 힘과 역사적 연속성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