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대신할 수 없는 기쁨, 책읽기
스마트폰이 대신할 수 없는 기쁨, 책읽기
  •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2.10.1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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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교수의 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오늘 강의 때 학생들에게 요즘 읽었던 책을 물었더니 학생들이 꿀 먹은 벙어리다. 밀려드는 미디어의 홍수 속에 책이 웬 말이냐는 표정도 있다. 대학생들도 이런데 초, 중, 고교생은 어떨까?

지난달 여성가족부가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의 전국 초·중·고교생 65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1 청소년매체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0년 5.8%에 불과했던 스마트폰 보유율은 1년 사이 6배 증가, 지난해 36.2%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될수록 청소년의 독서 시간은 감소하였는데, 청소년 독서인구 비율은 2007년 84.8%에서 2009년 94.3%로 높아졌으나 스마트폰 보급이 시작된 2010년 72.3%로 뚝 떨어졌다. 이러한 양상으로 볼 때, 스마트폰 보급이 더욱 확대된 올해의 독서인구 비율은 더욱 떨어질 것이 확실하다.

이러한 독서 감소에 대한 우려는 비단 우리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영국의 청소년들도 삶이 복잡해지면서 독서양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국립독서재단(National Literacy Trust)이 2만1000명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독서 시간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약 반 수가 읽기를 즐긴다고 대답했는데 이는 2005년의 51%와 비슷한 결과를 보였으나 약 33%의 응답자만이 매일 여가 시간에 책을 읽고 있다고 응답하여 2005년의 40%보다 감소했다.

반면 54%의 학생들은 책을 읽는 것보다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응답하여 학생들이 대중매체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응답자의 약 17%는 자신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친구들이 보는 것이 창피하다고 응답하였으며, 22%는 여가 시간에 책을 읽은 적이 전혀 없거나 거의 없다고 응답하여 독서에 대한 학생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알 수 있었다.

일본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마이니치신문이 2010년 6월 전국의 초·중·고 109개교 초등학교 4학년생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까지 1만 486명을 대상으로 한 '제56회 학교독서조사'에서 '독서는 좋은 것이다'라고 답한 초등학생이 69%, 중학생 61%, 고교생 55%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독서량이 많은 학생일수록 독서가 즐겁다는 비율이 높다는 것인데, 고등학생의 경우 한 달에 10권 이상의 책을 읽는 학생은 88%가 즐겁다고 하였는데, 한 권도 읽지 않은 학생은 31%만이 즐겁다고 답했다.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무엇을 해도 좋은 이 계절, 오히려 독서의 우선순위는 뒤로 밀리는 것이 맞지 않나 싶은 이 가을에, 왜 굳이 독서를 권하였는가 곱씹어볼 일이다.

존 로크는 독서는 단순히 지식의 재료를 공급할 뿐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사고의 힘이라고 하였으며, 공자도 배우기만 하고 생각이 없다면 얻을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움이 없다면 위태롭다고 했다. 무엇인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사색하고 몰두하며 생각에 잠길 배움의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인데, 과연 TV가 스마트폰이 그 시간을 주는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잊는다. 책읽기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공부의 효과에 비례한다. 풍부한 독서가 학업 성취와 깊은 관련을 갖는다는 것은 이미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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