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천안' 용역기관 지역사정 깜깜
'디지털천안' 용역기관 지역사정 깜깜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2.05.1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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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화원 파행 관련자들 집필자로 선정
유물소재지 잘못 파악·한명회 지석 누락도

지역사 대부분 내부 필진…수익 집착 눈총

속보=천안의 모든 것을 담는 '디지털 천안문화대전' 편찬 용역기관인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하 연구원)이 정작 지역 사정에 어둡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천안문화원 파행사태 관련자를 해당 기관에 대한 집필자로 선정하는가 하면, 일부 유물들은 소재지가 바뀐 사실도 모르고 있다.

연구원은 2년 전 문을 닫은 '천안문화원' 항목을 문화원 파행 사태 관련자인 L 전 사무국장에 맡겼다. 또 문화원 사태 때 임시회 의장으로 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권모 전 원장 재출마를 허용해 구설수에 오른 C씨는 (사)천안여성의전화 등 사회단체를 집필하고 있다.

일부 항목은 직접 관련자가 집필에 나서 객관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천안의 오래된 한 서점과 천안문화재단 등을 실제 서점 운영자였거나 재단 이사가 집필해 미화ㆍ찬양 일변도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올 초 창립한 천안문화재단은 이사진 구성이 문제가 됐으나 시정되지 않은 상태로 객관적 서술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역문화계의 P씨(55)는 "연구원이 이런 사실을 알고서도 관계자들에게 집필을 맡겼다고 생각되진 않는다"며 "공주 소재 기관으로 천안 사정에 어두운데도, 파악 노력을 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항목별 집필자 문건엔 박문수 어사 영정 및 관련 고문서가 천안 북면 은지리 재실에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이들 유물은 2008년 천안박물관이 문중으로부터 대여 및 기증받은 상태다. 지난해엔 천안박물관이 영정과 관련 문서들을 보존 처리해 박문수 특별전(2011년 9월~2012년 2월)까지 열었다. 박물관에 장기 대여된 홍진도 및 이귀·이시백 부자 영정도 천안 성남면 봉양리 등의 후손이 보관하고 있는 걸로 파악돼 있다.

항목에서 빠진 유물도 있다. 총 24매의 분청사기 도자기판으로 만들어진 한명회 지석(誌石)은 2009년 후손들에 의해 기탁된 천안박물관의 주요 유물이다. 특별전까지 열고 박물관에 상설 전시 중인데도 천안문화대전 항목에선 누락돼 있다. 반면 독립기념관이 소장한 '학도병 서명 태극기' 등 근대문화재 10여 점은 독립기념관이 천안에 있다는 이유로 천안의 유물로 설정돼 있다.

이렇게 지역 파악에 소홀한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많은 항목을 직접 집필하고 있다. 내부 연구진 17명이 총 항목(2285개)의 35%인 801개를 맡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지역사 분야는 대부분 연구원이 맡았다. 공주·논산 디지털문화대전 편찬 때는 공주대·충남대·한남대·대전대·건양대 등 지역 대학의 역사학 교수들이 고루 참여했었다.

이와 관련, 연구원 측이 많은 수익을 남기기 위해 내부 필진을 많이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내부 연구진이 맡은 원고량은 2916매로, 1매당 원고료가 1만원인 것을 고려할 때 3000만원에 달하는 외부 원고료 지출을 절약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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