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상생·기부 '귀 막고' 매출 극대화만 '눈 부릅'
지역상생·기부 '귀 막고' 매출 극대화만 '눈 부릅'
  • 천영준 기자
  • 승인 2012.02.12 2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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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 살리기 '대형마트 영업제한' 충청권은
문어발식 확장 등 기업윤리 외면 … 영업시간 규제 자초

전주에서 시작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규제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침투를 두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국 각 지자체들은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강제 휴무제와 심야 영업금지 도입 등을 서두르고 있다. 충북을 비롯해 대전·충남 등 충청권 지자체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조례 개정을 준비 중이다.

이에 충청권 지자체들의 조례 개정 추진상황과 대형마트 '영업제한' 추진배경 등에 대해 살펴봤다.

최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영업시간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대형마트와 SSM이 스스로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문어발식 확장으로 골목상권을 잠식하고 영세상권을 붕괴시키는 기업윤리에 어긋난 경영을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형마트 등은 휴일 없이 영업하면서 치킨·채소 등 골목상권의 주 수입원까지 싹쓸이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SSM까지 가세하며 동네 구멍가게 상권까지 야금야금 잠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지역 기여 및 친화 사업에는 단 한 푼의 돈도 쓰지 않는다.

이를 보다 못한 전북 전주시의회가 지난 7일 전국 최초로 대형마트와 SSM을 강제로 쉬게 하는 조례를 제정해 반향이 일고 있다. 골목상권에 숨구멍이라도 열어주자는 취지다.

◇ 대형마트·SSM 매출 연간 1조원 이상

현재 충북도내 대형마트는 모두 11개가 영업 중이다. 롯데마트 4곳(청주점·상당점·충주점·제천점), 홈플러스 4곳(성안점·청주점·동청주점·오창점), 이마트 3곳(청주·충주·제천) 등이다.

SSM은 홈플러스 익스플러스·GS리테일·롯데슈퍼 등 27곳이다. 청주시 20곳을 비롯해 충주시·제천시 각 3곳, 청원군 1곳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대형마트의 매출은 8064억여원이다. 1년 전(7431억여원)보다 8.5 %(632억여원)나 급증했다.

최근 5년간 대형마트의 매출을 보면 매년 증가했다. 2007년 6310억여원에서 2008년 6302억여원, 2009년 6580억여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충북도내 곳곳에 문어발식으로 들어선 SSM의 매출도 상당하다. 대형마트와 SSM의 1년 매출을 합하면 1조원이 넘는다.

◇ 몰염치한 대형마트… 기부 '0'원

막대한 부를 축척하고 있는 대형마트들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할까. 지난 2009년 홈플러스 청주점 앞에서 벌어졌던 청주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의 '24시간 밤샘영업 중단 요구'는 철저히 무시됐다. 이후 홈플러스는 보란 듯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란 이름의 SSM을 청주시내 곳곳의 골목상권에 진출시켜 영세상권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충북도내 대형마트들은 연간 1조원 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단 한 푼의 돈도 쓰지 않는다. 대형마트들의 연간 매출은 고스란히 본사로 송금된다. 지역자금 역외유출의 주범이다.

연말연시 이웃돕기 성금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충북도내 대형마트들이 충북도공동모금회와 대한적십자 충북지사에 기부한 성금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영업 제한' 도입 효과는

중소상인들은 각 시·군의 조례 제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청주시 비하동 유통지구에 롯데가 대규모 아울렛과 할인마트 입점을 추진 중이다. 지역 상인들에게는 조례 제정에 대한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문제는 조례가 제정돼 월 2회 휴업을 한다고 해서 골목상권에 도움이 되느냐다. 대형마트는 자정 이후 영업을 하는 곳이 없어 '영업시간 제한'이 사실상 의미가 없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SSM만 해당된다.

이 때문에 상인들은 일요일을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로 지정한 전주시의 조례안이 표준안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종오 청주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은 "대형마트 매출액 중 상당부분이 일요일에 이뤄져 지역 상권에 실질적 보탬이 되려면 청주도 전주처럼 휴업일을 일요일로 정해야 한다"며 "마트 자율에 맡겨 월 2회 쉬도록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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