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 악용 무차별 테러
익명성 악용 무차별 테러
  • 송근섭 기자
  • 승인 2012.01.16 2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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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사이버범죄 대책마련 시급
인터넷·SNS 등 확산 … 욕설·신상털기 난무

랜덤채팅앱 사용자에 나체 사진 요구 사례도

관련범죄 급증 불구 효과적 대안 등은 전무

청주시 모 여고에 재학 중인 A양(19)은 얼마 전 충격적인 범죄의 피해자가 됐다.

지난 9일 스마트폰 랜덤채팅 앱을 통해 만난 B씨(20)로부터 나체사진 전송을 요구받은 것. 친절한 말투와 유머로 호감을 산 B씨는 A양의 얼굴 사진을 전송받은 뒤 흉악한 추행범으로 돌변했다. B씨는 A양에게 여성 나체사진을 전송한 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이 사진에 네 얼굴을 합성해 유포하겠다"며 "얼마 전 노출비디오가 유출된 연예인처럼 되기 싫으면 나체사진을 전송하라"고 협박했다. 수치심과 공포로 잠 못 이루던 A양은 이틀 뒤 경찰에 신고했고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B씨는 결국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됐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온라인의 익명성을 악용한 범죄에 손쉽게 노출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온라인상 폭력에 익숙해진 청소년은 일상에서도 폭력에 무감각해질 우려가 있어 적극적인 지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B씨가 악용한 것은 익명으로 접속해 상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랜덤채팅 스마트폰 앱.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도록 등록된 것만 수십여개에 이른다. 주로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이 애용하면서 랜덤채팅은 욕설과 낯뜨거운 문장들로 넘쳐난다. 일상에서 입 밖에 내지 못할 말도 익명을 보장받는 사이버공간에선 여과없이 내뱉게 되는 것이다.

실제 랜덤채팅 앱에 접속해보니 욕설, 성추행, 성매매 대상자를 물색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고 대부분이 10대·20대 청소년이어서 충격을 더했다. 더욱이 이들은 상대에 대한 가해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게임, 인터넷 카페, SNS, 동영상 사이트 등을 통한 사이버폭력에 갈수록 무감각해짐은 물론 이에 대한 죄의식조차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미 왕따동영상 유포, 개인정보 유출(일명 신상털기), SNS 욕설 도배 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달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도 온라인게임상 시비가 발단이 돼 학교폭력으로 이어지면서 피해 학생의 생명을 빼앗는 비극을 만들고 말았다.

청소년의 온라인상 윤리의식이 심각하게 붕괴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예방대책은 찾기 어렵다. 더구나 이런 문제가 고스란히 교실이나 일상으로 옮겨가는 사례가 증가해, 각 가정과 교육당국이 사전에 인지하고 대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형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범죄가 증가해 딸을 둔 부모로서 불안하다"며 "각 학교 등 관계기관이 협조해 내 자녀의 피해를 막는다는 심정으로 대책마련에 힘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김동호 박사(충북대 경영정보 전공)는 "익명성을 빙자하면서 SNS 등 사이버 공간에서의 무분별한 행동이 이미 도를 넘어서고 있으며 특히 청소년의 경우 그들만의 집단사고에 얽매이면서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하면서 "첨단 정보화시대를 살고 있으면서도 정보윤리와 관련된 교육과 성찰의 기회가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규 학교교육에서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면서"이와함께 청소년들이 사이버범죄에 지혜롭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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