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으로 빚은 떡 '행복 나누다'
희망으로 빚은 떡 '행복 나누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12.01.10 05: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외계층 돌보는 옥천 '창대방앗간' 민수경 목사
노숙자·장애인들 끌어안아 자립공동체 창업

적은 수익금 불구 불우이웃에 나눔 실천도

판로개척 등 역부족 … 지자체 등 관심 절실

추위에 떨던 노숙자, 장애인 등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방앗간을 운영하며 공동체 생활을 하는 50대(여) 목사가 있어 화제다.

옥천군 옥천읍 대천리 '창대방앗간'에는 7~8명의 종업원이 정성스레 가래떡과 절편, 인절미, 시루떡, 영양떡을 만들고 있다.

이 방앗간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전역에서 노숙하거나 갈 곳이 없던 장애인들이다.

이들을 돌보며 함께 일을 하는 민수경씨(53)는 같은 마을에 있는 창대교회 목사다.

민 목사는 2001년 창대교회 설립 후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과 노숙자 등 소외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찾아오는 바람에 2004년부터는 아예 이들과 함께 교회에서 숙식하며 살고 있다.

처녀 시절 서울의 한 인형공장에서 경리 일을 보던 민 목사는 서른 살 때 교통사고로 뇌를 크게 다쳐 사경을 헤맨 적이 있다.

수술을 해도 생존 가능성이 5%도 안 된다는 의사의 진단은 그녀의 모든 것을 앗아가는 듯했다.

그녀는 이 순간 희미하게 목사가 된다면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기도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기도의 힘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녀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정상적인 몸 상태는 아니었지만 4개월 만에 병원 문을 나설 수 있었다.

추위에 떨던 노숙자, 장애인 등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는 민 목사는 9일에도 이들과 함께 가래떡을 만들며 나눔의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그녀는 "더 살게 된다면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고 했던 기도를 하나님이 들어줬다고 지금도 고마워하고 있다.

병원을 나와 옥천교회 집사로 있던 그녀는 서울의 한 신학교에 편입해 대학원까지 마치며 목사의 길을 걷게 된다.

'창대방앗간'은 지난해 서울 오륜교회에서 자활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돌보며 사는 민 목사에게 기계 등 설비를 사줘 창업할 수 있었다. 처음 3~4명으로 시작했지만 오갈 곳 없는 식구가 늘면서 현재는 7~8명이 시간제로 나와 일하고 있다.

민 목사는 이 방앗간에서 이들과 함께 일하고 수익금도 똑같이 나눠 갖는다. 한 사람이 한 달 동안 일하고 받는 수익금은 월 40만~60만원. 명절이라도 끼어 떡 수요가 많은 달에는 70만원도 가져간 적이 있다.

민 목사가 운영하는 이 방앗간은 지난해 행정안전부에서 실시한 '우수마을기업'에 선정돼 2000만원의 인센티브를 받기도 했다.

매주 목요일마다 생활이 어려운 군내 150여 가정에 떡과 반찬 등을 배달하며 또 다른 '나눔과 사랑'을 실천해 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요즘 민 목사의 고민이 깊다. 군내 일부 학교와 급식소, 요양병원에 떡을 공급해 수익을 내고는 있지만 정상적으로 방앗간을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민 목사는 군내 고속도로의 휴게소 3곳에 우선 판로를 개척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안정적으로 떡 공급이 이뤄져야 함께 살고 있는 소외계층들이 생활을 이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순 행안부 관계자들이 방앗간을 찾아왔을 때 민 목사는 충북도와 군이 주최하는 행사에 이 방앗간의 떡을 납품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충북도와 군이 협조를 약속해 다행이기는 하지만 아직 큰 도움을 받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민수경 목사는 "떡을 많이 팔지는 못하지만 찾아오는 장애인과 노숙자들을 외면할 수 없어 방앗간 인력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며 "소외계층이 자활능력을 키우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