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병 미생물은 재앙을 부르는 테러리스트
탄저병 미생물은 재앙을 부르는 테러리스트
  • 충청타임즈
  • 승인 2011.11.0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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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오태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2001년 9월 18일, 미국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국방부 청사에 가해진 끔찍한 테러와 더불어 전 인류를 두려움에 떨게 한 백색가루의 공포를 기억하실 겁니다.

우편으로 배달된 백색가루의 주역은 미생물인 바실루스 안트라시스(Bacillus Anthracis)라고 불리는 탄저병(Anthrax)이었습니다.

1600년쯤에 유럽에 탄저병이 창궐하여 소 6만 마리가 죽을 정도로 피해가 컸지만, 당시에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 후 200여 년이 지난 1876년에야 로베르트 코흐(Robert Koch)가 탄저 병원균인 바실루스 안트라시스를 발견했습니다.

독일과 일본은 제1, 2차 세계대전 중에 구약성서에 나오는 끔찍한 재앙을 연합국에게 초래하고자 탄저 병원균을 이용해 사람과 가축을 해칠 수 있는 생물무기를 개발하기도 하였습니다.

1943년에는 미국도 탄저병을 생물무기로 개발하기 위해 연구에 착수하였고, 1980년대 중부 아프리카 내륙구인 짐바브웨에서는 사람에게 탄저병이 자연 발생하여 6000명 이상이 감염, 그 가운데 100명 이상이 사망하였다고 합니다.

사람이 만든 탄저병에 의한 피해로는 1979년 러시아 군사 시절에서 탄저병 포자가 우발적으로 살포되어 약 68명이 죽었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1995년 이라크가 농축 탄저균 8500리터를 생산했다고 공표하자, 1998년 이후 미국은 전 장병에게 탄저 백신 접종을 승인하였습니다.

2001년 9월 18일, 비행기 테러가 발생한 지 일주일 후에 탄저 포자를 담은 편지 한 통이 미국 NBC 방송국으로 배달되었습니다. 그 후 미국 전역에서 비슷한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는데, 플로리다에서는 탄저균을 흡입한 남자 한 명이 사망했습니다.

탄저균 미생물은 그람양성의 미생물 체내에 포자를 갖는 막대 모양의 세균입니다. 감염 방법에 따라 접촉에 의한 피부탄저병, 오염된 음식물 섭취에 의한 위장관련 탄저병, 포자의 공기 중 흡입에 의한 흡입탄저병 등이 있는데, 이 중 흡입탄저병은 24~48시간 내에 항생제를 투입하지 않으면 95퍼센트 이상의 치사율을 보이는 무서운 병원균입니다. 탄저병 포자가 폐로 들어간 후 증식하면서 미생물 독소를 생산하고, 이 독소에 의해 폐 조직이 출혈하고 파괴되어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탄저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이미 1970년 미국 식약청의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탄저병을 막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사전 경고 없이 생물학전과 같은 테러가 일어난다면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생물은 항생제를 만들거나 술을 만들 때처럼 유용하게 사용되는 예도 많지만, 탄저병처럼 전염병을 발생시켜서 재앙이 되기도 합니다. 인간이 환경을 나쁘게 만들면, 미생물은 지구환경을 정화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합니다.

예를 들면 미생물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나쁘게 여겨지는 부패나 질병을 발생시켜서 지구환경을 나쁘게 하는 요인을 제거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치명적인 탄저병 같은 병원성 미생물을 만들어 자연에 대량으로 살포하면 자연은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고, 결국 그뤼나드 섬과 같은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되고 만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더욱이 최근의 과학은 사람이 유전체나 세포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기 때문에 개발을 목적으로 연구하기 전에 탄저병균의 예를 생각하면서 환경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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