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업주 집회현장으로 내몬 카드 수수료
음식점 업주 집회현장으로 내몬 카드 수수료
  • 이재경 부국장<천안>
  • 승인 2011.10.1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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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1. 현금 손님 4500원, 카드 손님 5000원. 충남 천안시내 한 밥집에 가면 식당 안쪽 벽에 이렇게 안내문이 쓰여 있다. 메뉴판과는 별도로 업주가 붙여놓은 것이다.

카드 수수료 때문에 화가 난 주인이 3년째 장사를 하다 올들어 이런 고육지책을 내놓은 것이다.

주인에게 이유를 물어봤다. 부부가 운영하는 이 업소의 연 매출액은 1억3000만원 정도. 그나마 영세업종으로 분류돼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는 2%대 초반, 260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무시 못할 부담이란다. 원가 계산을 하면 답이 쉽게 나온다. 이 식당 매출액 중 식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35%, 4200만원이었다.

다음으로 따져볼 것은 월세와 보증금. 5000만원 보증금에 월 100만원의 집세를 내는데 보증금 대출 이자를 8%로 계산할 경우 1년에 집세로 지출하는 비용은 1600만원이다. 여기에다 전기료, 수도료, 가스비, 기타 세금, 경비 등이 연간 1200만원 정도. 2명의 종업원 월급이 연 2500만원. 모두 합치니 9760만원이 나온다. 총 매출액 1억3000만원에서 75%가 원가인 셈이다. 이걸 제하고 나면 부부에게 남는 순익은 3000여만원.

주인 A씨는 "1년 내내 고생해서 장사해봐도 아내와 난 1인당 1500만원씩 최소한의 인건비만 챙기는 셈"이라며 혀를 찼다. 카드 손님에게 500원을 더 받기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는 "2%가 작은 것 같지만, 순익의 2%가 아니고 총 매출액의 2%라는데 문제가 있다"며 "내가 번 돈의 10%를 카드사에 빼앗긴다고 생각하니 화가 너무 난다"고 말했다.

2. 정부가 어설픈 정책 하나를 내놓았다가 된통 망신만 당했다. 지난주 1만원 이하 소액 결제 때 업소(가맹점)에서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여론의 반발에 두 손 들고 말았다.

입안부터가 잘못됐다. 영세업소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였는데 소비자, 업소 모두가 반기를 들었다. 시행된다면 소비자들은 항상 현금을 지니고 다녀야 한다. 전화화폐, 모바일카드까지 나온 시대에 말도 안되는 발상이다. 그런다고 영세 상인들이 소액 결제자들에게 카드를 안 받을 리 만무다. 그랬다간 장사 잘되는 대형 음식점에 손님 다 빼앗기고 만다. 그냥 영세업자들에 적용되는 카드 수수료만 내리거나 없애주면 될 일인데 엉뚱한 정책을 발표했다가 혼만 나고 말았다.

카드사가 사상 최대의 수수료 잔치를 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올해 상반기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수입은 4조957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18.6% 급증했다. 올해 예상 수입은 역대 최고치인 9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소상인들의 가맹점 수수료를 낮춰준다고했던 카드사들이 되레 더 많은 수익을 챙긴 것이다. 카드사들은 다른 곳에서도 폭리를 취한다. 20%대까지 받아챙기는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 대출 이자 등 이런 것까지 합하면 벌어들일 돈은 더 많다.

결국 카드 수수료에 분통이 터진 음식점들이 집회를 하기로 했다. 18일 잠실에서 열리는 전국 10만인 결의대회인데 수도권에서만 7만여 음식점의 참여가 예상돼 이날 '점심 대란'까지 우려된다고 한다.

음식 업주들이 이렇게 대규모 집회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집회 참석을 고려중인 A씨는 "대기업과 금융권만 살찌우는 정책이 결국 하루 하루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우릴 생업 현장에서 거리로 내몰고 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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