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뇌물비리 재판 '흠집내기'
천안 뇌물비리 재판 '흠집내기'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1.08.0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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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간부 "검찰이 다 짜맞췄다" … 편파수사 주장
檢 "시장 부부와 골프칠 정도… 인사청탁 위치 충분"

"천안시장과 함께 부부동반 골프를 친 적이 있지요"라고 담당 검사가 짧게 물었다. 경찰 간부 H씨(56·구속기소)도 짧게 답했다. "예."

8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서 열린 천안 공직자 비리사건 H씨에 대한 4차 공판. 검찰이 H씨가 천안시 인사에 관여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과 가깝다는 걸 입증하려고 던진 질문이다. 이날 검찰과 H씨 변호인 측은 H씨 수뢰 혐의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양측의 공방은 상대방 진술의 신뢰성을 깎아내리기 위한 '흠집 잡기'로 발전했다. 검찰이 관련자 진술 이외에 명백한 수뢰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H씨는 2006년, 2007년 네 차례에 걸쳐 전 천안시환경사업소장 최모씨(52·구속기소) 등으로부터 총 6300만원을 받았다. 최씨와 그의 전 부인 S씨 진술이 주요 증거였다. 반면 H씨는 "그런(수뢰) 사실이 절대 없다"며 "최씨가 검찰에 잘 보이려 없던 일을 꾸며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변호인 측은 새 증거를 제시해 최씨 진술의 진실성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H씨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는 '2007년 5월 초순'에 H씨는 서울에서 연수 중으로 천안에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최씨를 17일 오후 4시 다시 불러 확인하기로 했다.

◇ H씨와 변호인 주장=검찰의 편파적 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H씨는 검찰이 최씨를 이용해 여론식 수사, 끼워넣기식 수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검사가 "여론식 수사가 뭘 말하냐"고 따졌다. H씨는 "검사님이 더 잘 알고 계시지 않느냐"는 가시 돋친 대답과 함께 "검찰이 내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다 짜맞췄다"고 쏘아 붙였다.

그는 수사과정에서 편파적인 대우를 받았다고 '구체적'으로 말했다. 29일(5월 추정) 검찰이 최씨와 대질신문을 한다더니 자신은 오후 3시부터 5시간 동안 구치소서 기다리게 하고, 최씨만 검찰청에 불러 함께 식사하며 진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날 최씨와 함께 서명한 영상녹화실 진술 합의 서류도 검찰이 임의로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들은 별다른 증거도 없이 최씨의 유흥업소 행각, 여자 관계를 거론하고 수십억 추가 수뢰 가능성도 내비쳤다. H씨 장인상 때 최씨가 한 '약소한' 부조 금액(5만원)까지 공개했다.

◇ 검찰 측 반격=H씨가 "경감(직위)에 '불과'한 내가 최씨 인사청탁과 관련해 (시장에게 청탁을 할 정도로) 돈을 받을 위치가 아니었다"고 말하자 검찰이 포문을 열었다. H씨와 천안시장이 부부 동반 골프를 친 것과 함께 수년 전 그가 천안 동부지역 면장들과 식사한 것을 들춰냈다. 검사는 '소문에 의하면'이란 단서를 붙인 뒤, "점심 식사 도중 면장들이 시장님과의 회의가 있어 일어나야 한다니까 H씨가 그 자리서 시장에게 전화해 '(면장들이) 좀 늦을 거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H씨가 "최씨가 나와 친하다며 과시하고 다닌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자 검사가 "(H씨)위세가 대단했다는 얘기군요"라며 말을 채갔다. 검찰은 H씨의 재산형성 과정까지 들춰내며 그를 깎아내렸다. "6년 전 천안 신방동의 택지를 팔아 땅을 산 지 3년 만에 매매차익 10억원을 남겼다"며 "시청 직원이 알려준 정보로 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뢰 시점 공방=H씨 변호인은 "검찰이 최씨 진술을 토대로 2007년 5월 초 H씨가 뇌물을 받았다고 하나, H씨는 같은 해 4월 30일부터 5월 4일까지 서울 휘경동의 수사보안연구소에서 '신문(訊問)기법' 연수를 받았다"며 경찰 연수 기록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최씨가 주장한 수뢰 시점을 뒤집는 것이어서 방청석이 술렁였다. 5일(어린이날)·6일 연휴인 관계로 5월 7일이나 출근을 해, 검찰 기소 내용대로 5월 초순 뇌물을 받기는 어려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오래전이라 시점이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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