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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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민기자
  • 승인 2011.07.2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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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도종환>

이름 없는 언덕에 기대어 한 세월 살았네
한 해에 절반쯤은 황량한 풍경과 살았네
꽃은 왔다가 순식간에 가버리고
특별할 게 없는 날이 오래 곁에 있었네
너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풍경을 견딜 수 있었을까
특별하지 않은 세월을 특별히 사랑하지 않았다면
저렇게 많은 들꽃 중에 한 송이 꽃일 뿐인
너를 깊이 사랑하지 않았다면

 


* 백수를 산다는 시대입니다. 백수의 절반을 넘지 못했음에도 문득, 남아 있는 시간이 아득해질 때가 있습니다.사느라고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현재의 나는 쓸쓸한 가을로 치닫습니다. 빛바랜 세월은 일상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이름없은 언덕과 들꽃이 되곤합니다. 이 평이해진 오랜 일상을 뒤흔드는 건 추억이란 이름 속에 각인된 순간 풍경들입니다. 사랑했던 것들로 인해 세상이 특별해진 순간 말입니다. 그 특별함으로 나른한 인생 여정을 견디고 살아가는 것 또한 지금의 몫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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