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끝난 곳에서 길은 시작한다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은 시작한다
  •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 승인 2011.07.13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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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 정방폭포에서

<허만하 >

 

 

 

 

 

 

 

 

 

 

 

 



낯선 지형이 풍경이 될 때까지 날개를 젓는 새. 길이 없는 곳에서 길을 여는 날개를 위하여 하늘은 있다. 하늘은 해맑은 가을의 깊이를 위하여 있다. 빈 하늘에 걸려 있는 눈부신 옥양목 한 필. 길이 없는 땅끝에서 물줄기는 수직으로 선다. 냉혹한 낙차를 부들부들 떨며 떨어지는 물소리. 일거에 몸을 던지는 결단의 수위를 아슬아슬 한 뼘 더 이 날아 오르는 시 한 줄의 외로운 높이.



* 무심한 하늘에 표정을 그려 넣는 것들이 있습니다. 시시각각 형태와 색을 달리하는 구름과 구름을 흩어놓고 달아나는 바람, 이따금씩 이쪽과 저쪽을 경계짓는 새의 날갯짓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하늘이라는 무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자연의 변화는 낯선 지형이 만들어내는 풍경입니다. 길이 없는 곳에서 길을 내는 날개. 아슬아슬한 높이에서 수직의 낙차로 떨어지는 물길. 높이를 위해 날아오르는 외로움도 길의 시작임을 하늘에서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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