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내 사주에 나는 소나무를 닮은 갑목甲木이라는데
비록 박토에 뿌리박고 있지만
아무리 목이 말라도 강으로 걸어가는 법이 없는
고집 센 소나무라는데
트럭에 실려 가는 소나무 보면
겨우 옮겨 살 만큼 뿌리와 흙 새끼줄로 친친 동이고도
팔자 좋아라 누워 가는 소나무 보면 은근히 부러워진다
새 땅에 옮겨 앉아 새로 살아볼 수 있는 저 소나무처럼
나도 어디 참한 땅 옮겨 앉아 팔자 고쳐볼 수 없을까
궁리하다가도 이내 마음 고쳐먹는 것은
내 인생에도 물줄기 쳐들어올 날 있으리라고
하마나 하마나 버텨온 삶 억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박토는 고사하고 물도 흙도 없을 것만 같은
높은 산 바위에 걸터앉아
신선처럼 살아가는 소나무도 있지 않나 싶기 때문이다
*이따금 차에 실려 누워가는 나무를 본다. 하늘만 향한 채 살아 왔던 가지와 잎들이 처음으로 누워보는 날이다. 닿을 듯 닿을 듯 푸른 잎들을 휘적대며 나무는 아스팔트 위를 미끄러져 간다. 그 나무의 몸짓에 내 불안한 미래를 통째로 들어올리는 삶의 이행을 꿈꾸기도 한다. 지금껏 버텨온 삶의 자리가 생각의 발목을 잡고 주저앉힐 때, 나무 뿌리를 칭칭 동여맨 새끼줄을 타고 아슴하니 푸른 멀미가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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