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변화를 거스르는 권력의 미래
국민의 변화를 거스르는 권력의 미래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2.07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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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김기연 <민주노총 충북본부 대외협력부장>

"역사상 국민의 변화를 거스를 수 있는 어떤 권력도 없다."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한 말이다. 이대통령은 이 말에 앞서 "북한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주시해야 될 것은 지도자들의 변화보다 북한 주민들의 변화"라 했다.

'내가 해 봐서 아는' 오만가지 직업을 두루 섭렵한 바 있는 이대통령의 경험에서 우러 나온 말일 듯 싶다. 쇠고기 파동 당시 이대통령은 고집불통 그 자체였다.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목놓아 부른 이후에야 국민의 변화를 거스를 수 없음을 깨닫고 마침내 승복하고 말았다. '당해 봐서 알게 된' 그 뼈져린 경험이 묻어나는 충고다.

헌법 제1조를 음율에 맞춰 부르며,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는 국민의 긍정적 변화에 이대통령은 수긍했다. 실제 이대통령의 말마따나 국민들은 올 6월 지방자치선거에서도 변화를 거스르려는 권력을 심판했다. 이런 아린 기억을 간직한 정권에 입에서 나온 말이니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런데, 진정성도 시효가 있나보다. 지난 지방선거 전까지만 해도 수긍가는 발언이지만, 최근의 보여주는 행보로는 도무지 말에 무게를 실감할 수 없다.

지난 8월, 임기 반환점을 돈 이후 정권은 국민을 거스르려는 오기가 다시 발동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U턴 지점에서 이뤄진 첫 인사에서 정권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망언'의 당사자인 조현오 경찰청장 임명을 강행했다. 이어 지난 10월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쇠고기 협상을 주도해 '야인신세'였던 민동석을 '잊지 않고' 외교통상부 2차관으로 내정한 '보은인사'가 그것이다.

외통부 2차관 자리를 꿰찬 민동석의 부활은 '오기'가 발동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후 이어진 한미FTA협정은 '점 하나도 바꿀 수 없다.'던 말을 뒤엎고, 협정문의 문장을 드러내는 '재협상'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이 '얼간이 협정'이라 원색적인 표현을 쓸 정도로 많은 것을 내 준 재협상이다. 민주당은 돼지고기와 의약품 분야에서 4천억원의 이익을 볼 수 있지만, 자동차분야에선 무려 5조원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협상대로라면 충북에서는 1,090억원이 넘는 농작물 피해가 발생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야당을 겨냥해 "훈장을 주어도 부족할" 정도인데 "굴욕협상 외교라 매도"하니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황당한 발언이다. 정작 훈장을 주고 싶은 나라는 미국일게다. 연평도 사태로 한미동맹이 강화론이 부상한 틈을 타 재협상을 진행해, 중간선거 참패에 대한 정치적 위기와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적 위기를 한 번에 극복할 수 있는 계기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 의회의 환영일색 반응이 이런 기류를 반증한다. 여기에 쇠고기 전면개방 협상까지 여지가 남아 있으니 말이다.

이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국민의 변화를 거스른 권력의 말미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청와대는 내년 예산안에 이대통령 퇴임 후 거처할 자택의 경호시설 예산으로 토지매입비 70억원과 2012년에 반영될 시설비 30억원 등 100억원을 책정했다. 정부가 '아방궁'이라 비난하던 봉하마을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원비의 3배에 달하는 예산이다. 벌써부터 '초초초호화' 퇴임 준비를 하는 참으로 염치없고 약삭빠른 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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