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만 자른 총리실 불법사찰 수사
꼬리만 자른 총리실 불법사찰 수사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9.0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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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불법사찰 의혹 수사가 2개월여 만에 종료됐지만, 사찰을 실제로 지시하고 보고받은 윗선을 전혀 규명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 형사1부장)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있던 자료를 삭제한 진모 전 기획총괄과장 등 3명을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하면서 수사를 마무리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 7월5일 공식 출범한 특별수사팀은 2개월 동안의 수사를 통해 총리실 관계자 7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종결한 것이다. 이들 가운데 구속된 인원은 민간인 사찰을 주도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김충곤 점검1팀장, 증거인멸을 지시한 진모 전 과장 등 3명에 불과하다.

검찰은 수사인력과 기간에 비해 사법처리 대상자가 적은 점에 대해 "필요하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항변하지만, 수사팀의 성과를 바라보는 법조계 안팎의 시각은 냉랭하다.

우선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압수수색 등의 절차가 늦어지면서 사건을 규명할 핵심증거인 총리실 하드디스크 훼손을 방조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이는 곧 불법사찰 윗선을 규명할 의지가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봐주기 수사', '정권 눈치보기 수사'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검찰은 "수사원칙과 절차에 맞춰 진행했을 뿐"이라고 반박했지만, 총리실이 이미 검찰 수사를 기정사실화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검찰의 대응이 지나치게 '신사'다웠다는 재반박이 제기됐다.

재박박을 제기한 쪽은 이번 수사가 통상 검찰 수사와 달리 국회에서 의혹이 제기된 뒤 총리실에서 조사를 먼저 진행했고 그 결과가 검찰에 넘어간 점에 주목했다. 즉 검찰이 수사의뢰를 받자마자 충분히 핵심 인물들에 대한 '긴급 체포'나 '압수수색'을 진행할 수 있을만큼 관련 정황이 명백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검찰은 '윗선 사찰의 고리'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소환조사도 한차례만 실시했으며, 소환 자체도 수사에 대비할 충분한 시점 뒤에나 이뤄져 '꼬리 자르기' 수사가 아니냐는 질책을 연이어 받았다.

이처럼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검찰은 이 전 지원관 등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관련자들을 먼저 기소한 뒤 총리실 하드디스크 삭제자 수사에 뒤늦게 집중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하드디스크 삭제자를 색출하면 수사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윗선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을 암시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 지원관 등의 재판이 이미 진행되기까지 수사를 계속 진행했음에도 진 전 과장 등 3명을 추가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을 뿐, 사찰의 윗선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며 "관련자와 참고인을 더 조사했지만 추가로 확인 된 것은 없다"고 수사 종료를 못박았다. 오히려 "물증이 확연하게 없는 상태였고 여러 가지 물증도 직접적으로 착수 경위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결국 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며 "우리도 (윗선이 누구인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원래부터 이번 불법사찰 사건은 실체에 다가가기 어려운 조건이었고, 검찰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이' 윗선을 규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이같은 항변에도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가 전형적인 꼬리자르기 수사였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려한 모 법조계 인사는 "살아있는 정권을 타겟으로 수사를 진행할 뜻이 검찰에 있었다면, 수사 초기부터 동시다발적인 전방위 압수수색과 압축적인 소환 및 구속 수사가 이뤄졌을 것"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핑계는 겉으로 드러난 결과에 대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야권도 법조계와 마찬가지로 이번 수사를 꼬리자르기로 평가절하했다. 특히 야권은 수사 과정에서부터 이 전 지원관 선에서 수사가 종료될 경우 특검과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거듭 밝힌 상태라, 이번 사건의 파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2일자로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전보발령났지만 수사를 위해 중앙지검에 남았던 오 부장을 법무부로 돌려보내고, 수사팀에 착출된 평검사도 모두 원 근무지로 복귀시킬 예정이다.

향후 특별수사팀 검사들은 기소된 인원들의 공판에 지속적으로 참가해 유죄입증을 위해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지만, 새로운 인물을 조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지 않을 계획이다.

다만 조홍희 서울지방국세청장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과 불법사찰 수사 당시 제기된 고소·고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신유철)가 계속 맡아 수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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