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자 홍길동과 김탁구
서자 홍길동과 김탁구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8.24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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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김기연 <민주노총 충북본부 대외협력부장>

호부호형(呼父呼兄)을 하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홍길동. 양반의 아들로 무예와 도술의 재량을 갖췄음에도 관직에 나설 수도 없다. 서모(庶母)에게서 태어난 서자(庶子)이기 때문이다.

최근 서자가 주인공인 [제빵왕 김탁구]가 높을 탁(卓) 구할 구(求)라는 이름처럼 높은 시청률을 구하고 있다. 서자에 대하는 가족의 태도는 홍길동전보다 다소 진일보하다. 일찌감치 조모와 부친은 호부호형을 허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호적에서 이름을 지우려는 정실부인이나 열등감에 사로잡혀 증오를 불태우는 동생 등은 그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서(庶)는 '본처가 아닌 몸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는 뜻을 더하는 접두사'를 칭한다. 서모(庶母)와 서자(庶子)는 정통성과 근본을 인정하지 않는다.

고 김대중 대통령이 평생 '작은댁'으로 사신 어머님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많은 공격과 시달림에도 '침묵'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庶民)' 정책을 주요 국정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8.15 경축사에선 주요 핵심기조로 '공정사회'를 천명했다.

민주화된 한자문화권 국가는 '서민'이라는 용어사용을 기피한다. 평등원리에 반하는 정통성이 없는(庶), 중요하지 않은(庶) '곁가지 국민'으로 비하하는 뜻이 담겼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대기업은 '적자', 노동자, 자영업자, 빈민 등은 '서자'로 취급했다. 대기업이 성장하면 '성장의 물'이 중소기업과 소비자도 적셔준다는 트리클다운(낙수)효과를 운운하며 부자감세를 추진했지만, 물방울은 흐르지 않고, 대기업 금고에만 고였다. 감세로 인한 복지정책 축소로 사회양극화만 심화됐다. 이런 정권이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의 물길'을 트려는 시늉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각에선 진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쇼'만 보인다. 엠바고 요청까지 한 깜짝 총리 후보는 연일 불거져 나오는 '의혹 종양'들로 인해 개각의 심장으로 뛰기엔 역부족이다. 이지렁스럽게 '4대강 모가비'들을 세워 민심을 거스른 것도 문제다. 개각으로 '공정사회'의 실체가 '위장전입 활성화'와 국격상승을 노린 '부동산 매매 기네스 도전'으로 구현되고, 최상의 노후대책은 '국민연금'이 아닌 '쪽방 투기'라는 점도 확인해 주었다.

정권만이 아니라 큰집과 끈끈한 관계인 '조인트 사장'은 '공정사회' 천명 이틀 만에 '공정방송 단체협약'을 뭉갰다. 이러한 공정사회 역행 행위에도 큰집은 침묵할 뿐이다.

그나마 충북의 도시가스요금 인하 소식이 폭염을 달래주는 듯했다. 하지만, ㎥당 샐닢 축에도 못끼는 1전(0.01원)만을 인하했다.

4㎥를 사용한 나의 경우엔 25배나 더 써야 1원이라도 인하된다. 그나마 원단위는 절사대상이니 그야말로 '염장질 인하' 쇼에 불과하다.

일그러진 공정사회 구현, 친서민정책 '쇼' 때문에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곁가지 국민이기에 율도국을 세워야 할까 아니다. 곁가지가 아닌 원가지 국민임을 보여줘야 한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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