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형 보호자없는 병원' 제대로 만들자
'충북형 보호자없는 병원' 제대로 만들자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8.10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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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이향숙 <의료연대 충북지부장>

"보호자없는 병원이 무슨 말이에요?"

의료연대 충북지역지부는 6월부터 충북대병원 로비에서 병원간병을 건강보험으로 해결하자는 홍보선전과 함께 서명전을 진행하고 있는데, 오가는 내원객 중에 간혹 묻는다. 보호자가 필요없는 병원을 만들자는 것이고, 간병서비스를 건강보험 급여화로 해결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서구 대부분의 나라들, 그리고 가까운 나라 일본만 해도 보호자없는 병원을 이야기하면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응들이다. 주사약, 먹는약, 환자식사, 다양한 검사뿐만 아니라 간병도 치료의 일부여서 입원하게 되면 보호자가 계속 상주할 필요없이 병원에서 충분한 인력을 운영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가족 중 한 사람이 아프면 남은 가족구성원이 간병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왔다. 그러나 핵가족화되면서 가족구성원도 변했고, 여성의 사회경제활동이 늘면서 아픈 가족을 돌보자면 직장생활을 하는 가족 중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우리 주변에 하나둘 비공식적 영역에서 돌봄노동을 하는 간병인의 존재가 늘었다.

예전에는 부유한 사람들, 있는 사람이나 간병인을 두는 걸로 인식했었다면, 이제는 어렵게 얻은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휴가문제로 눈치보지 않으면서 아픈 가족을 돌보려면 간병인을 고용하는 것이 아주 당연한 대안이 되었다.

그러나 경험해본 사람들은 안다. 병원비는 건강보험에 적용되면서 진료비 총액 중 일부만 부담하면 되는 데 비해 간병비는 건강보험 지원이 안 되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례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가까운 지인은 두 달간 항암치료받는 아버지의 진료비가 460만원에 간병비만 360만원이 나왔다. 참고로 백혈병 환자가 골수이식을 받으려면 약 6개월의 입원이 필요한데, 그럴 경우 간병비만 1080만원이다. 간병은 꼭 필요한 병원비가 아니니 알아서 해결하라고 외면하고 넘어갈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환자를 가진 가족들, 입원을 경험해본 환자보호자들은 민주당 박은수 의원이 발의한 병원간병을 건강보험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적극 동의하며 서명을 한다. 그러면서 간절하게 한마디 덧붙인다. 꼭 필요하니 법이 바뀔 수 있게 힘써 달라고!

이와 관련 최근 우리 충북지역에도 좋은 소식이 들린다. 이시종 도지사의 공약이 확정되었는데, 찾아가는 평생복지 분야에 '보호자없는 병원'사업이 포함되었다는 것. 보건복지부도 '2010년부터 병원내 간병서비스를 비급여 대상에 포함하여 공식적인 서비스로 전환하고, 2011년 이후 건강보험 급여화 검토 등 간병서비스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07년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보호자없는 병원 시범사업 실시후 보건산업진흥원이 설문조사를 했는데, 서비스 만족도 및 재이용 의사가 90%이상으로 높았고, 병원 입장에서도 시범사업 참여로 이미지 개선 등 긍정적 성과를 냈다고 했다.

간병서비스가 절실하게 필요한 대상자는 혼자서 거동이나 식사가 불가능한 환자들이다. 도내 유일의 3차 의료기관인 충북대병원은 충북지역의 대다수 중증환자들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곳이기에, 지역내 충주의료원, 청주의료원 등 2차 의료기관들과 연계하여 보호자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제대로 잘할 수 있는 곳이다.

도지사의 이번 공약이 잘 이행되면 도내 지역주민들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도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석삼조의 사회서비스 사업으로 도민들에게 칭찬받는 사업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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