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의 마리화나
파산의 마리화나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7.2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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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김기연 <민주노총 충북본부 대외협력부장>

'석탄의 시대'가 저물고 '석유의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일본 최대의 석탄 생산지인 유바리시는 신성장모델로 관광도시를 추진한다.

'폐광도시' 사북탄좌가 '카지노도시'로 바뀐 것처럼 말이다. 유바리시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일본 지자체 경영대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지자체 성공모델로 평가받을 정도였다.

비결은 '개발 치장' 눈속임. 수요보다는 '성과'에 집착한 무리한 관광투자. 찾는 이도 없는 관광시설의 유지비는 '돈먹는 하마'였다.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돌려막기와 재정악화를 감출 요량의 '흑마술'도 동원됐다.

4대강 사업비 22조원 중 8조원을 수자원공사에 떠넘기는 '이명박식 분식회계'같이 부채를 공기업에 전가한 '꼼수'가 그것이다.

이런 유바리시의 눈속임행정을 마냥 눈감아 줄 금융기관은 존재하지 않았고, 변제능력을 상실한 유바리시는 일본 최초로 파산을 선포한다.

그후 4년간 '개발'의 착시효과에 미혹된 시민들은 혹독한 파산의 대가를 지불했다. 2배 이상 세금을 더 냈지만, 각종 혜택은 축소됐다. 7개의 초등학교와 4개의 중학교가 각각 1개의 학교로 통폐합되었고, 시의 유일한 종합병원이었던 시립병원은 진료소로 강등당하고, 야간진료를 중단했다. 시립도서관은 폐쇄됐고, 버스요금은 무료 4배나 인상됐다. 500곳의 지자체가 파산신청하고, 주정부 50개 중 46개가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국 역시 끔찍한 일을 겪고 있다.

LA의 경우 교도소 예산 부족으로 200명의 수감자를 석방했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6개 주는 세수확보를 위해 '마리화나'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성남시의 5,200억원 지불유예 선언 이후 지자체의 파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모한 개발과 '성과주의'가 요구하는 혹독한 대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충북에서는 경제자유구역(FEZ) 유치가 '장밋빛 미래'가 아닌 '파산의 마리화나'가 될 수 있다. 총사업비 4조 2,258억원 중 민자조달 3조 6,000억원에 가려진 '흑마술' 때문이다.

'충북개발공사'가 민자부문 '보증'의 한 주체로, 사업실패 시 수조원의 돈이 충북개발공사로 떠넘겨지는 불쾌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인천의 경우 FEZ의 '원조'인 중국이 해마다 100개 이상의 외자를 유치하는 것에 비해 '조족지혈'에 불과한 수개 정도만을 유치할 뿐으로, 외자유치 실패를 '아파트 건설 자유구역'으로 만회하려 하고 있다.

황해FEZ은 투자액이 전무한 상태에서 매년 25억원의 경상경비를 지출하고 있어 '혈세먹는 하마'만 키우고 있다. 이렇듯 FEZ은 '실패와 파산의 고통'을 유치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2009년말 이미 2,5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충북개발공사의 부채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도박'은 중단되어야 한다. FEZ은 중국이 시장경제를 수용하기 위해 시작한 것을 기화로 저개발국가의 급속성장을 위해 추진됐다.

마산수출자유구역을 지정한 박정희정권 시대에나 효과적인 성장모델인 셈이다. OECD국가 중 FEZ을 추진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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