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 잠시 동안
더운 날, 잠시 동안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7.2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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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칼럼
이상종 <청주시청 주민지원과>

며칠 전 날씨도 덥고 해서 부담 없이 시간을 보내려 '포비드 킹덤' 이라는 액션영화 비디오를 봤다.

영화 속에서 무술을 익히려는 제자에게는 두 명의 스승이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인 이연걸은 "초식을 익히되 초식에 얽매이지 말고, 도를 배우되 새로운 도를 만들어가야 한다" 고 말한다.

또 다른 스승인 성룡은 "형식을 갖추되 형식에 얽매이지 말라"고 가르친다. 두 명의 스승은 다른 가르침을 준 것 같지만 기본과 원칙은 지키되 세상을 유연하게 바라보고 적응해 가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됐다.

근래 장애인시설에서 7년 동안 생활인과 동고동락을 하다 정년을 한 달 앞둔 노신부 원장님과 점심을 함께했는데 "새로 만들어지는 법은 도리어 불편하게 하는 것들이 있어"라고 말했다.

생활인은 1등도 원하지 않고 처음 보면 그 누구든 간에 어려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데 새로 생기는 법이 이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불편하게 한다는 것이다.

일상 업무 대부분이 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그 기본과 원칙들의 본질은 다름 아닌 인권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인권에 대한 법의 집행과 행정은 그들의 눈높이를 맞추려 하는 자세에서 상대방은 격조 있는 유연함을 체감할 것이다.

1등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대상으로 1등을 목표로 대했을 때 관계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불편함이 생기는 것이다.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되 많은 사연과 사정에 유연하게 대해야 소통을 이루는데 많은 경우가 그렇지 못하다. 불편함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형식을 고집해서 인가 아니면 너무 임의적이고 자의적인 판단들이 많아서 인가.

여하튼 '너그럽고 겸손하라', '따뜻한 것은 소통의 큰 길을 만든다'고 한다. 반대로 너그럽지 못하고 냉정하면서 권위적이고 덜 따뜻함은 소통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 아닌가.

언젠가 사회복지의 각종 급여지침서가 제각각이면서 복잡하고 난해해 볼멘소리를 했는데 옆에 있던 직원은 "여러 사람이 서로 다르듯 다양한 사연이 있는데 그것을 다 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듯 많은 사연들을 대하는 직업이기에 기본이라는 것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마음. 그것이 중요한 것 같다. 더운 날 잠시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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