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의 법칙
깨진 유리창의 법칙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7.07 2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눔칼럼
이순희 <보은군노인장애인복지관장>

요즘 들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끔찍한 범죄들로 세상이 시끄럽고 신문보기가 두렵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밤새 안녕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주민들은 불안하고 두렵다.

부모들은 한결같이 아이들을 집 밖에 내놓기가 겁난다고 하고 여성들은 무서워서 밤길을 다닐 수가 없다고 하며, 주민들은 우리네 인심이 왜 이리 사나워졌냐고 한탄하기 일쑤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흉악한 범죄가 많아지다 보니 아울러 유행처럼 CCTV설치가 널리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CCTV 설치가 범죄 예방의 근본대책은 될 수가 없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과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흥미 있는 실험을 했다.

낙후된 골목에 상태가 비슷한 자동차 두 대를 세우고 한 대는 보닛을 조금 열어둔 상태로 다른 한 대는 보닛을 열고 유리창도 조금 깨진 상태로 방치했다.

그러고 나서 1주일 후에 보았더니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는 배터리와 타이어를 빼가고 사방에 낙서를 하고 돌을 던져 거의 고철상태가 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유리창이 조금 깨진 것밖에 차이가 없는데도 그런 차이가 났다. 여기서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나온다.

일단 금이 간 유리창은 전체가 쉽게 망가진다는 이야기다.

1980년대 뉴욕 경찰 당국은 뉴욕 지하철 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밤이면 뉴욕 지하철을 탄다는 것 자체가 공포였다.

경찰국장은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서 힌트를 얻어 범죄의 심리적 온상이 지하철 낙서라고 생각하고 그때부터 낙서를 없애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지워도 지워도 다시 낙서를 하는 바람에 완전히 뿌리 뽑기까지는 5년이 걸렸다.

마침내 1989년이 되어 지하철의 모든 낙서를 지웠다.

낙서를 지우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줄어들던 범죄율이 1994년에는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고 중범죄의 경우는 75%가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났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사람들의 행동이 조금씩 거칠어지고 결국 지역은 황폐해진다는 것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다.

동네 앞 전신주 밑에 쓰레기 봉지가 한 개만 놓여 있어도 그 주변이 쓰레기장으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다 보니 '쓰레기 투기 금지' 라는 문구나 'CCTV촬영 중' 이라는 문구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바로 이런 논리일 것이다. 늦은 시간 학원을 마친 아이와 퇴근하는 딸을 기다리는 부모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이미 낯익은 풍경이다.

귀가길 안전과, 혹시나 하는 불안과 걱정 때문에 나가서 가족들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완전한 예방은 아닐지라도 지역을 쾌적하고 밝게 가꾸면 범죄로부터 주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일상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내 아이들과 딸은 내가 지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과 우리 덧?을 지역사회가 함께 지킨다는 공동체 정신이 필요하다.

CCTV 설치에 앞서 어두운 골목에 가로등을 설치하여 지역을 밝게 만들 필요가 있다.

어려운 사람들,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동네일수록 더 어둡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런 곳들을 더 밝게 만들어야 한다.

주변 환경이 어둡고 칙칙하면 사람들의 마음도 어둡고 우울해진다.

우리 동네 주변부터 의도적으로 밝게 만들고 우리 동네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자. '나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보다는 '나 하나만이라도' 라는 생각으로 나부터 깨끗한 환경, 안전하고 살기 좋은 지역을 위해 작은 것들을 먼저 실천하자.

이러한 작은 실천들이 모여서 지역을 밝고 화사하게 바꾸게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