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ES 제15차 당사국 총회가 남긴 교훈
CITES 제15차 당사국 총회가 남긴 교훈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3.2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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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김성식 <생태전문기자>
카스텔나우드왕노랑사슴벌레, 코스타리칸 타이거럼프, 브라운 스콜피온, 옐로밸리 토터스, 바아드타이거 살라만다….

평생 듣도 보도 못한,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나 열대지역의 사바나 초지쯤은 가야 볼 수 있을 법한 이들 동물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하면 언제 어느 곳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애완동물화된 야생동물들이다.

충청도 어느 산골에서 잡힌 왕사슴벌레가 불과 며칠 만에 외국으로 팔려나가고 원산지를 모를 각종 타란툴라와 전갈, 개구리, 거북이, 뱀류가 산 채로 국내에 들여와져 코흘리개 손에서 '장난감'으로 길러지는 기막힌 세상. 이 기막힌 세상을 가능케 한 것이 인터넷이요 인터넷을 통한 각종 동식물의 거래가 어엿한 산업, 어엿한 문화로 자리잡은 게 요즘 세태다.

인터넷 자체를, 또 그것을 통해 동식물을 거래하는 현 세태를 탓하자는 게 아니다. 이러한 열풍을 타고 멸종위기에 처한 보호종까지 마구 거래되면서 인터넷이 지구촌 생태계를 위협하는 '은밀하고도 거대한 창구'가 되고 있음을 직시하자는 얘기다. 국제동물복지기금(IFAW)이 밝힌 자료를 보면 이 은밀하고도 거대한 창구가 얼마나 심각한 밀거래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지 여실히 나타나 있다. 실례로 지난 2008년도 조사 자료에 따르면 3개월 동안 무려 7000여종, 액수로는 380만달러어치의 멸종위기종이 인터넷 경매 사이트와 채팅방을 통해 거래됐다. 거래 품목중에는 호랑이 뼈로 담근 와인과 북극곰 가죽, 표범 가죽, 코끼리 상아까지 들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단체의 조사에서는 지난해 에콰도르에서 새끼 사자와 꼬리감는원숭이도 산 채로 판다는 글귀가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것이 발견됐다.

이같은 심각성이 알려지자 국제사회가 뒤늦게나마 철퇴를 가하기 시작했다. 지난 13~25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무역에 관한 협약(CITES)' 제15차 당사국총회서 왕점박이도롱뇽의 상업적인 국제거래를 금지하는 안이 통과된 것이다.

쥬라기시대부터 살아온 것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지역의 왕점박이도롱뇽은 그동안 세계야생동물기금협회(WWF)가 보호해 온 세계적인 희귀종이지만 지난 수년 동안 우크라이나에 본부를 둔 한 웹사이트를 통해 매년 200마리 정도가 몰래 팔려나갔다고 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최근의 생존개체수가 불과 1000마리밖에 되지 않는 풍전등화격의 희귀종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5마리당 1마리꼴로, 그것도 마리당 단돈 300달러에 산 채로 거래됐다고 한다. 잔인한 계산이지만 남아있는 현 개체수를 시세(?)대로 따져보면 겨우 30만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지구상에서 수억년을 살아온 생명체 종(種)의 말로가 참으로 비참하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이 동물을 구입한 사람들 대부분이 애완용으로 기르다 실증 나면 그냥 내다버린다고 하니 해도해도 너무 한 것 아닌가.

이번 CITES 총회의 결정은 인터넷을 통한 멸종위기종의 거래가 결국 지구촌 생태계를 파멸로 이끌 중대한 위협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번 총회의 주요 이슈였던 참다랑어(참치), 상어, 북극곰, 산호와 같은 주요 해양생물에 대한 규제안이 관련국들의 이해관계에 부딪혀 부결됨으로써 급기야 CITES 무용론까지 대두됐던 것은 커다란 오점이다. 특히 참다랑어와 상어의 경우 최대 소비국가인 일본과 중국이 앞장서 규제안을 부결토록 이끈 점은 무엇보다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구로 스시와 샥스핀으로 대변되는 그들 국가의 '전통 입맛 산업'이 존재하는 한 지킬 것이냐 잡아먹을 것이냐의 입다툼은 매번 재연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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