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잦아지는 '돌발기후' 예삿일 아니다
갈수록 잦아지는 '돌발기후' 예삿일 아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3.0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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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김성식 <생태전문기자>
산밑 다랑논이 시끄럽다. 왁작대는 소리가 흡사 먹이 찾는 기러기떼의 합창 같기도 하고 볕 좋은 날 양지쪽 울타리서 들려오는 참새들의 지저귐 같기도 하다.

가까이 가 보니 산개구리 울음소리다. 며칠전 내린 작달비에 서둘러 입이 터진 봄의 전령이다. 절기상 나흘 뒤가 경칩이니 그리 이른 건 아니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어디 이렇게 성급히 봄이 올 줄 누가 알았는가. 먼 산 능선에 하얗게 깔린 눈더미를 바라볼 때마다 저것들이 언제 다 녹을까 괜한 걱정이 앞섰던, 말 그대로 징글징글했던 지난 겨울 아니었던가.

어느날 졸지에 찾아와 수은주를 무려 20도 가까이 끌어올렸던 돌발 이상고온과 그 여세를 타고 장맛비처럼 화끈하게 내린 봄비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대자연의 수레바퀴가 한순간에 눈구덩이를 벗어난 듯 동장군 앞에 멈춰섰던 생태시계의 초침이 단 며칠만에 눈에 띄게 빨라졌다.

무쇠 주둥이처럼 굳게 닫혔던 산개구리 입에서 불현듯이 새생명의 울음보가 터진 것도 요 며칠 사이이며 후발대로 남아있던 철새들이 마지막 미련을 버리고 서둘러 고향 향해 날갯짓을 하게 된 것도 세찬 봄비가 가져온 생명현상이다. 더욱 푸르러진 산골 농가의 보리밭엔 지난 가을 이후 뜸했던 고라니들의 발걸음이 또다시 잦아졌고 초저녁 도로변엔 선잠 깬 오소리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람들의 몸점┻ 달라졌다. 성마른 낚시꾼들은 개구쟁이들의 썰매 타는 소리가 채 잊히지도 않은 물가를 찾아 낚싯대를 드리우기 시작했고 겨우내 야외 나들이가 그리웠던 도시인들은 산과 들 찾아 달라진 공기 내음 맡으려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이번의 갑작스러운 기온변화를 포함해 최근 빈발하고 있는 이상기후를 심히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하루 아침에 전혀 딴 세상에 온 것처럼 기온이 돌변하고 눈이든 비든 한번 내렸다 하면 끝장을 보려는 듯 마구 쏟아붓는 날씨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다.

이러한 심각성을 누구보다 피부로 느끼는 이들이 바로 농부들이다. 그들은 지금 봄기운을 반기기보다는 걱정부터 앞서고 있다. 유난히도 극성스러웠던 지난 겨울 날씨 탓에 가뜩이나 마음 편치 않았는데 최근의 이상고온까지 겹쳐 큰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과수의 경우 영하 20~30도까지 내려간 지독한 추위로 인해 나뭇가지와 꽃눈이 적잖이 얼어죽어 피해를 입은 데다 가까스로 동해를 피한 나뭇가지와 꽃눈마저도 해빙기에 돌연 찾아온 이상고온으로 악영향을 입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요즘 한창 모종을 키우고 있는 고추 등 원예작물에도 좋을 리 만무다. 기온이 오르면 온실 난방비가 덜 들어가 농가가 반길 것 같지만 올 같은 상황은 전혀 그렇질 않다. 갑자기, 그것도 한겨울 날씨에서 졸지에 4월 초·중순 날씨로 돌변해 여러 날 지속됐으니 부작용이 우려된단다. 농사마다 때가 있듯이 원예작물 또한 모종이 시기에 맞춰 자라줘야 하는데 갑자기 오른 기온 때문에 쓸데 없이 웃자라 때아닌 생장억제제를 주는 등 관리에 무진 애를 먹고 있다. 또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고 안개일수도 부쩍 늘어 이래저래 농부들의 맘고생 몸고생이 여간 아니다.

비닐하우스가 무너지고 축사가 넘어가야 자연재해인가. 돌변하는 날씨 탓에 농사짓기가 겁 난다는, 응어리진 농부들의 가슴도 재해라면 재해다.

날씨와 인간생활은 갈수록 밀접해진 반면 '돌발기후'는 수시로 나타나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예측 불허의 시대에 정녕 맘 편히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올 한 해는 그저 날씨 때문에 더 이상 상처받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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