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버섯 흉년 가히 '자연 재해' 수준이다
야생버섯 흉년 가히 '자연 재해' 수준이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9.28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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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김성식 <생태전문기자>
잘 아는 송이꾼이 있다. 괴산 칠성에 사는 그는 15m 밖의 송이를 발견해 낼 만큼 혜안을 가진 송이박사다. 남들은 발밑의 송이도 지나치기 일쑤지만 그는 반경 2~3m를 한번에 훑고 지나가면서도 땅속에 든 송이조차 흘리는 법이 없다. 그는 한 해에 송이를 따 많게는 3천만~4천만원, 적게는 2천만~3천만원을 번다. 송이따기가 어엿한 직업인 셈이다.

그런 그에게 열흘전 전화를 했다. 송이작황이 궁금해서다. 그런데 신호음이 끊기자마자 굉음이 들려왔다. 의아해 했더니 남의 과수원에서 예초기로 풀을 깎고 있단다. "아니, 버섯꾼이 송이철에 산에 가지 않고 품삵일을 하다니" 다시 물었다. 그 왈, "산에 가 봤자 버섯이라고 생긴 건 하나도 없어 아예 오르지 않는다"며 풀죽은 소리를 했다. 그는 얼마전까지 공공근로사업 일을 하다가 송이철 직전에 그만뒀다. 그런 그가 송이따기를 포기한 채 품삵일을 하고 있다.

가을 폭염과 가뭄으로 야생버섯 산출량이 크게 줄자 그 여파가 일파만파다. 앞의 송이꾼처럼 버섯따기가 본업인 사람들은 우선 당장 소득이 없어 살 길이 막막해졌다. 그들은 송이철 한 철 벌어 한 해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송이가 곧 돈줄인 그들인데 송이가 초반에 조금 반짝하다가 중반기 이후 전혀 나지 않으니 이보다 더한 날벼락이 없다. 제천, 단양, 괴산, 보은, 영동 등 충북도내 송이 산출지역엔 버섯따기가 본업인 사람이 부지기수다.

상황이 이러니 여파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괴산지역만 해도 한 해 송이철 주민소득 총액이 60억~70억원이란 얘기가 있다. 따라서 이들 송이 산출지역에서 졸지에 사라진 돈이 무려 수백억원대다. 더욱이 올핸 3년째 송이흉년을 맞았다.

2007년 이후 송이 구경을 못한 송이꾼들이 무척이나 많다. 능이 등 다른 버섯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도내 전체로 치면 그 손해액이 가히 재해수준이다. 자연재해가 꼭 폭우가 쏟아지고 태풍이 불어야만 하는가. 2007년과 2008년엔 가을 가뭄으로, 올해는 가을 가뭄에 폭염까지 겹쳐 버섯이 안 나 피해 입은 경우도 자연재해라면 자연재해다. 그러나 누구 하나 나서서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있다.

여파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역경제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버섯 산출지역의 경제고리는 '버섯 채취꾼-판매업자-택배업자-소비자' 혹은 '채취꾼-판매업자-음식점-소비자' 등으로 얽히고 섥혀 있다. 게다가 버섯철을 기다려 외지서 원정오는 사람들까지 몰려들면서 지역에 큰 부가가치를 안겨다 준다. 괴산 청천지역의 경우 여름 휴가철 피서인파보다 버섯철 산행인파가 더 많다. 그런데 올핸 영 아니올시다다. 지난해도, 저지난해도 그랬다. 연 3년째 버섯철 불황이 겹치면서 이미 전업한 사람도 있고 앞으로 전업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버섯만 바라보다간 밥 굶기 십상이라며 넌덜머리를 낸다. 피해가 가장 큰 곳은 야생버섯 전문음식점이다. 줄어든 손님도 그렇거니와 가장 기본적인 물량(야생버섯) 확보도 못해 폐업할 지경이다. 문제는 또 있다. 지역에 활력이 없어졌다. 적어도 4년전만 해도 이맘때쯤이면 지나가는 개도 버섯과 돈을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버섯과 돈이 흔했던 곳이 버섯산출지였는데 지금은 되레 썰렁해졌다. 오죽하면 "어깨 쳐진 사람은 모두가 버섯관련 업자"란 얘기가 나돌겠는가.

"올핸 마음먹고 돈 빌려 버섯판매점 내고 차량까지 교체했는데 송이를 몇 kg 팔아보기도 전에 문을 닫게 됐습니다." 지난 일요일 뒤늦게 내린 비가 그렇게도 원망스러울 수 없었다는 한 버섯업자의 푸념이 가슴을 마냥 후벼 판다. 이젠 날씨가 지역경제까지 좌지우지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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